23개 투자기관 법무부에 의견서 전달

내로라하는 국제 기관투자가들이 한국 정부가 추진중인 신주인수선택권제도(포이즌필)에 대한 반대 견해를 강력히 개진하고 나섰다.

법무부는 지난 1일 적대적 인수·합병(M&A)의 방어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는 포이즌필을 도입하는 상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 제도는 적대적 M&A나 일정 지분 이상의 주식취득 등 회사 이사회의 의사에 어긋나는 경영권 침해 시도가 있을 때 기존 주주들에게 시가보다 훨씬 싼 가격에 지분을 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미리 부여해 적대적 M&A 시도자의 지분 확보를 어렵게 하는 것이다.

국제 기관투자가들은 16일 법무부에 보낸 의견서에서 "포이즌필 규정이 종종 소액주주들과 나아가 시장경제성 및 경쟁력의 희생을 바탕으로 기존 기업 경영진과 관련된 이해 당사자들을 방어하는 기제로서 이용돼 왔다"며 반대 이유를 들었다.

의견서에는 해외 연기금 투자기관들을 포함해 자산규모 미화 2조5천억달러 이상인 APG 인베스트먼트, F&C 인베스트먼트, 영국 연기금 운용사 헤르메스 등 23개 글로벌 투자기관들이 서명했다.

이들은 특히 "1997년 금융위기 이후 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기업지배구조 시스템과 관행들을 재정비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국제시장에서 투자가들의 신뢰향상으로 이어지는 선순환구조의 시발점이 됐다"면서 "이러한 노력이 포이즌필 제도의 도입으로 무위로 돌아갈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시장 리스크의 증가는 또다시 시장 전체의 가치 절하를 가져와 최악에는 투자자보호시스템이 더 투명하게 정립된 다른 아시아 국가들로의 투자자금 이동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며 경고성 발언도 감추지 않았다.

국제 기관투자가들은 "한국이 인위적인 방어수단을 도입해야할 만큼 적대적 공개매수 사례가 활발하지 않다"면서 "개정안은 적대적 매수자에 대한 차별조항 설정의 근거가 되는 조건도 모호하게 규정해 결과적으로 시장에 혼란을 일으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런던연합뉴스) 이성한 특파원 ofcours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