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계가 전반적인 시황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현대상선이 포스코와 총 8700억원 규모의 장기 운송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이 회사가 맺은 단일 운송계약으로는 가장 큰 규모다.

현대상선은 16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포스코와 향후 20년 동안 원료탄과 철광석을 수송하는 내용의 장기 운송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계약에 따라 현대상선은 2011년부터 2031년까지 연간 380만t씩 총 7600만t에 달하는 원료탄과 철광석을 호주에서 한국으로 실어 나르게 된다. 올해 포스코의 원료탄 · 철광석 소비량이 6800만t인 점을 감안하면 포스코가 약 1년2개월간 사용할 수 있는 대규모 물량이다.

현대상선은 이번 계약을 위해 현재 국내 조선소에 발주해 건조 중인 18만t급(케이프사이즈) 전용 운반선 2척을 투입할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포스코와의 계약을 계기로 본격적인 실적 호전을 기대하고 있다"며 "앞으로 국내외 다양한 대량 화주들과의 장기 운송계약을 확대해 시장지배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포스코와 현대상선은 1983년 전용선 계약을 맺은 이후 지금까지 원료탄과 철광석의 장 · 단기 운송을 통해 상호 협력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다. 현대상선은 현재 포스코의 화물운송을 위해 원료전용선 7척과 제품전용선 1척 등 8척의 선박을 투입하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최근 전략물자 수송을 외국 선사에 맡기는 경우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국내 대표 화주인 포스코가 국내 선사와 장기 운송계약을 체결해 좋은 선례를 남겼다"며 "대량 화주와 국내 해운사들이 상생 협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