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부근에 오면 속도를 줄여 주~세요. 우리들이 건널 때는 멈춰 주~세요. "

지난 9일 서울 프레스센터 20층.노란 옷을 입은 초등학생 10명이 깜찍한 율동과 함께 노래를 불렀다. 제목은 '비오는 날'.학교 선생님과 학생들이 직접 지은 노래다. 비오는 날에는 특히 학교앞에서 운전을 조심해 달라는 내용을 담았다.

이날 율동과 노래를 선보인 주인공은 대구 동부초등학교 1,2학년 학생들이다. 르노삼성자동차가 사회공헌활동으로 실시하고 있는 '세이프 로드,세이프 키즈(Safe Road,Safe Kids · 안전한 길 안전한 어린이)' 프로그램에서 '2009년 최우수 시범학교'로 선정된 기념으로 공연을 가졌다.



◆"교통안전 수업 너무 재밌어요"

동부초등학교 학생들은 이날 '내 별명은 조심이'와 '자동차의 식사시간' 등 3곡의 자작곡을 선보였다. 길을 건널 때 손을 들거나 좌우를 살피는 등 그동안 배운 내용도 율동을 통해 표현했다. 멜로디가 경쾌하고 가사가 단순해 참석자들 모두가 박수를 치며 호응했다.

장 마리 위르띠제 르노삼성 사장은 공연 말미에 단상 앞으로 다가가 어린이들의 율동을 흉내내 흥을 한껏 돋웠다. 이날은 르노삼성이 펼치고 있는 세이프 로드,세이프 키즈의 시상식날.자칫 엄숙할 뻔했던 시상식장은 어린이들과 참석자들이 어우러진 축제의 장으로 변했다.

시상식에서 동부초등학교가 최우수상,전북 춘포초등학교가 우수상을 각각 받았다. 올 한 해 어린이 교통안전 교육에 힘써온 19개 시범학교중 가장 훌륭한 성과를 거둔 학교다. 대구동부초교 2학년 황예은양은 "교통안전 교육을 1년 동안 받으면서 전혀 지루하다는 느낌을 받지 않고 재미있게 수업을 들었다"며 "수업한 내용이 떠올라 횡단보도를 건널 때 몇 번 더 좌우를 살펴보게 됐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황양과 동부초교 어린이들은 직접 만든 교통안전 표어가 새겨진 사탕을 위르띠제 사장과 참석자들에게 전달했다.

◆6300여개 초등학교에 프로그램 보급

르노삼성이 어린이 교통안전 교육인 '세이프 로드,세이프 키즈'를 시작한 것은 2004년.어린이 교통사고 발생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중 두 번째로 높다는 데 착안했다. 자동차회사로서 어린이 안전을 위해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는 사명감도 작용했다. 르노삼성은 초등학교 1,2학년을 대상으로 한 교통안전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했다. 교통안전관련 전문가들과 초등학교 교사들로 구성된 자문위원단이 참여했다. 르노삼성은 전국 6300여개 초등학교에 이 프로그램을 배포해 교통안전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어린이 안전을 위해 활동하는 세이프키즈코리아와 함께 전국적으로 시범학교를 지정해 교통안전 선생님을 파견,체계적인 교통안전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시범학교는 △2005년 6개 △2006년 11개 △2007년 14개 △2008년 17개 △2009년 19개로 매년 늘어나고 있다. 시범학교에는 어린이들이 시기별로 꼭 알아야 할 교통안전에 관한 핵심 내용이 담긴 교통안전 교재와 교구를 지원한다.

대구 동부초등학교 교통안전 강사로 활동한 이태숙씨는 "어린이 눈높이에 맞는 교통안전 교재가 전무한 상황에서 르노삼성이 교육용 프로그램을 만들어줘 너무나 유용했다"며 "엄마로서,학부모로서,강사로서 초등학교 1~2학년 어린아이들의 교통사고를 조금이나마 줄이는데 기여할 수 있다는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성과도 좋다. 시범학교 어린이들의 교통안전 행동은 교육을 받기 전 88.7점이었지만 교육을 받은 뒤엔 91.5점으로 높아졌다.

◆포스터 그리기대회 퀴즈대회도 개최

르노삼성은 다양한 어린이 교통안전 이벤트도 실시하고 있다. 전국에 있는 초등학교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교통안전포스터 그리기대회도 그중 하나다. 포스터 그리기대회의 경쟁은 치열하다. 예심을 거쳐 최종 12팀이 선발된다. 이들은 전국대회 최종결선에 참가해 자신들의 역량을 겨룬다. 자신들이 그린 포스터 내용을 노래와 율동,연극 등으로 구성해 발표한다. 이들이 그린 포스터는 다음 해 교통안전달력으로 제작돼 시범학교에 배포된다. 르노삼성은 2006년 전국대회를 통해 선발된 교통안전 최우수 어린이단을 르노자동차가 프랑스 파리에서 주최한 어린이교통안전 국제대회에 초청하기도 했다.

교통안전에 대한 지식을 테스트하는 온라인 퀴즈대회도 열고 있다. 대상은 전국 초등학교 1~3학년 학생들.'어린이 교통 안전왕'을 비롯해 300여명을 뽑아 교통안전 프로그램 등 다양한 안전용품을 선물로 전달한다.

현장에서 교통안전 교육을 체험할 수 있도록 전국에 5개의 교통공원도 운영하고 있다. 어린이들은 이를 통해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직접 실습한다. 매년 6만여 명의 어린이들이 교육에 참여할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모터쇼 전시관에도 '어린이 교통안전코너'를 마련해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어린이에게 가장 많이 발생하는 10가지 사고사례에 관한 집중적인 교육이 이뤄진다. 모터쇼도 보고 안전교육을 받으니 어린이들이 즐거워할 뿐만 아니라 학습효과도 뛰어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어린이 교통안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교육을 확대해 사회와 함께하는 기업으로 자리잡겠다"고 말했다.

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