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16일 내놓은 내년도 사업계획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현재의 관리모드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건전성 규제 강화와 지배구조 개선 방안이 강구되면서 민간 금융회사로서는 경영 자율성이 떨어지고 이익 구조도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 활성화에 우선순위

정부는 중소기업에 국책은행 등을 통해 모두 93조7000억원의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올해보다 5조원 적지만 2008년보다는 13조1000억원 증가한 수치다. 기업을 위한 설비투자 지원 자금은 올해보다 3조6000억원 증가한 23조원으로 책정됐다. 녹색산업에도 에너지와 탄소저감사업까지 포함시켜 5조원을 지원한다. 경제 활성화를 뒷받침하기 위한 조치다.

대신 지난해 9월 금융위기가 불거진 후 신용경색에 대응하기 위해 95%로 상향 조정한 보증비율은 내년 7월까지 85%로 단계적으로 정상화된다. 신규 보증은 내년 1월부터 위기 이전 수준인 50~85%로 차등 적용된다. 상시 기업 구조조정은 지속적으로 추진된다.

◆위기 재발 차단…규제는 강화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노출된 취약 부분을 튼튼하게 다져놓겠다는 기조에 따라 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에 대한 건전성 규제 등 관리감독은 깐깐해진다. 대표적인 것이 12년 만에 부활하는 예대율 규제다. 예금 대비 대출 비율을 뜻하는 예대율은1998년 11월까지 경영지도비율로 존재하다가 규제 완화 차원에서 없어졌다.

연초 외신들이 국내 은행의 예대율이 100%를 넘어 유동성 악화 시 지급 불능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금융당국이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권혁세 금융위 부위원장은 "취약 분야는 튼튼히 다져서 비판할 빌미를 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금융위는 내년부터 양도성 예금증서(CD)를 제외한 예대율(9월 말 현재 국내은행 평균 112.4%)이 100% 이내를 유지토록 하되 4년간 유예기간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은행들이 총 외화 자산의 2% 이상을 안전 자산에 투자하도록 한 외화건전성 감독 강화 조치도 도입되고 주택담보대출 총부채상환비율(DTI),담보인정비율(LTV) 규제도 현행대로 유지된다.

◆민영화는 예정대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사외이사의 임기상한제,순환보직제가 도입되고 활동 내역도 공시토록 하는 모범규준이 마련돼 내년 주총부터 적용된다. 최훈 금융위 은행과장은 "금융회사의 리스크테이킹(위험 감수)을 제한함으로써 하이리턴(고수익)의 가능성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우리금융지주 민영화에 대해 합병을 포함해 현실적으로 빨리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소수 지분을 블록세일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고 경영권을 포함한 지분을 빨리 파는 것에도 어려움이 있다"며 "합병을 하게 되면 기업 가치를 올릴 수 있고 파는 것도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문제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경남 광주은행의 개별 매각도 검토하기로 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