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16일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한 내년 업무보고는 기업의 체질을 개선하고 금융위기 재발을 차단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내년에 금융공기업을 통해 100조원이 넘는 기업자금을 공급하는 한편 채권 금융회사 주도의 기업 구조조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은행들의 과도한 외형확장 경쟁을 방지하기 위해 예대율 규제를 다시 도입하고 국제 논의동향을 봐가며 자본규제 강화를 비롯한 은행 건전성 감독기준도 강화하기로 했다.

또 저금리 전환대출에 대한 신용회복기금의 보증대상을 7등급 이하에서 6등급 이하로 확대하고 펀드 판매보수 상한선을 연 5%에서 1%로 대폭 낮추기로 했다.

◇기업 유동성 지원ㆍ구조조정 병행 추진


금융위는 내년 세계경제의 완만한 회복세가 예상됨에 따라 국제금융시장도 전반적으로 안정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주식, 채권, 외환시장도 비교적 안정세를 유지하겠지만 글로벌 불안요인이 상존하고 있어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금융당국이 내년 업무보고에서 제시한 5대 정책방향은 ▲경제활성화 지원 ▲튼튼한 금융시스템 구축 ▲금융산업 경쟁력 제고 ▲서민ㆍ금융소비자 보호 강화 ▲G-20 회의 개최를 통한 금융의 국제 위상 제고 등이다.

금융위는 국책은행과 신용보증기관을 통해 23조 원의 기업 설비투자자금을 공급하고 중소기업에는 94조 원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했다.

올해 말로 종료 예정인 중소기업 대출 보증만기 연장조치도 내년 상반기까지 유지하기로 했다.

작년 9월 리만브라더스 사태가 불거진 이후 신용경색에 대응하고자 상향 조정한 보증비율은 단계적으로 정상화하기로 했다.

기존 보증은 올해 95%에서 내년 1월부터 90%, 7월부터는 85%로 낮아지고, 신규보증은 내년 1월부터 신용등급별로 위기이전 수준인 50~85%로 차등 적용된다.

벤처기업이 기관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유치할 때 기업에 대한 연대보증 부담을 완화하기로 했다.

녹색산업 육성을 위해 녹색금융 지원규모를 작년 4조3천억 원에서 5조 원 수준으로 늘리고 지원대상도 녹색기술, 기업말고도 에너지, 탄소저감 사업으로 확대키로 했다.

금융당국은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면서도 옥석을 가리기 위한 구조조정을 지속 추진할 계획이다.

채권금융회사 주도의 상시 기업 구조조정을 지속 추진해 기업체질 강화를 유도하고 기업재무안정 사모투자펀드(PEF) 활성화, 기업구조조정촉진법 존속기한 연장, 채권금융회사 조정위원회 역할 강화 등 제도적 지원도 병행키로 했다.

◇예대율 규제 12년 만에 부활

외부충격에 버틸 수 있는 금융회사의 체력을 키우기 위해 건전성 감독기준도 강화된다.

대표적인 것이 12년 말에 부활하는 예대율 규제다.

예대율이란 은행 대출금을 예수금으로 나눈 비율로, 1998년 11월까지는 경영지도비율로 존재하다가 규제 완화 차원에서 폐지됐었다.

금융위는 내년부터 양도성예금증서(CD)를 제외한 예대율이 100% 이내로 유지토록 하되 4년간 유예기간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은 예대율 규제대상에서 제외된다.

외환건전성 감독강화 조치는 내년부터 은행권에 우선 시행하고 시행성과를 봐가며 비은행권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은행들은 총외화자산의 2% 이상을 미국 국공채 등 신용도 A등급 이상의 외화 안전자산에 투자해야 한다.

은행들이 외화유동성 비율을 산정할 때는 외화자산의 신속한 회수 가능성을 고려해 자산형태별로 35~100% 수준의 가중치를 부여하도록 했다.

금융당국은 작년에 강화한 주택담보대출 총부채상환비율(DTI), 담보인정비율(LTV) 규제를 유지하고 쏠림현상 등 이상징후가 발생하면 규제를 더 강화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가계대출 증가속도가 적정수준 이내를 유지하도록 할 방침이다.

국제 논의동향을 봐가면서 은행의 자본적정성 규제를 강화하고, 금융안정위원회(FSB)가 권고한 '건전한 보상체계 원칙 및 이행기준'을 바탕으로 금융회사 임직원 보상체계도 장기성과 및 위험부담에 상응하도록 개편하기로 했다.

부실 우려 금융회사에 대한 감시도 강화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예금보험공사의 사전적 부실확산 방지기능을 높이고 적기시정조치 과정에 조기 참여해 정리비용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펀드수수료 인하

금융위는 금융회사 이익의 내부유보를 확대하고 보통주 등 양질의 자본확충과 부실채권의 조속한 감축을 통해 건전경영을 유도할 방침이다.

이와함께 은행권 사외이사의 독립성, 전문성,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개선도 추진하고 있다.

이해상충 방지, 임기상한제, 순환보직제, 활동내역 평가ㆍ공시 등의 내용이 포함된 사외이사 모범규준을 마련해 내년 주주총회에서부터 적용하도록 했다.

금융회사 임원 결격요건을 현행 등기임원뿐 아니라 집행임원에게도 적용하기로 했다.

금융 관련 법령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을 받거나 해임, 면직된 이는 5년간 금융회사 임원이 될 수 없다.

건전성 규제는 강화하지만 영업규제는 지속적으로 완화한다는 것이 금융당국이 정책방향이다.

저축은행이나 여신전문금융회사 등의 영업구역, 부수업무, 자산운용 관련규제를 완화하고, 금융투자업의 신규진입 및 업무범위 확대를 단계적으로 추진키로 했다.

우리금융지주 민영화에 속도를 내고, 산업은행 민영화를 준비하는 동시에 구조조정기업의 지분매각도 추진할 계획이다.

금융위는 대우인터내셔널, 대우일렉트로닉스, 대우조선해양, 하이닉스 등 4개 기업의 지분을 우선 매각할 방침이다.

'미소금융'을 비롯한 서민금융지원 사업에도 정책의 주안점을 두기로 했다.

미소금융 지역ㆍ기업법인을 전국적으로 설립하고 미소금융사업자에 공통업무 매뉴얼을 제공하고 교육도 강화하기로 했다.

저축은행의 신용평가역량을 제고하고 서민금융회사의 비과세 예금혜택과 대출간의 연계방안을 마련해 서민금융회사의 서민금융 공급을 늘릴 계획이다.

저금리 전환대출에 대한 신용회복기금의 보증대상이 7등급 이하에서 6등급 이하로 확대되고 연체이자 및 가산금리 부과체계 합리화도 추진된다.

펀드 가입자의 수수료 부담 완화 차원에서 판매보수 상한선은 현행 연 5%에서 연 1%로, 펀드 수수료는 현행 5%에서 2%로 낮아진다.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ho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