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의 자금 사정이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최하층인 영세기업 들의 자금사정이 최악으로 치닺고 있다.
영세기업들이 각종 대금으로 어음을 받고 있지만 할인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어음의 유통구조상 어음발행기업이 자금의 융통을 위해 하도급업체에 공사와 물품, 서비스 등 각종 대금을 현금대신 어음으로 지급을 하고 있다. 지급기일은 통상 1~2개월에서부터 길게는 6개월까지 다양하다. 어음의 지급기일의 변화에 따라 발행 기업의 재무상황을 엿보기도 한다.

15일 기업신용정보제공업체인 중앙인터빌(http://www.interbill.co.kr)에 따르면 최근 중견건설업체 A건설의 1억원 정도의 어음할인 의뢰가 명동시장에 들어왔으나 이전보다 만기일이 5개월 정도로 늘어나서 명동사채업자들이 할인을 기피하고 있다.

이렇게 발행된 어음을 지급받은 하도급업체는 통상 주거래 은행에서 연 6~7%의 할인 금리로 할인을 하게 되는데 이에 대해서도 전년 매출에 50% 이내 등 여러 조건이 주어진다. 은행한도가 초과한 어음에 대해 지급기일까지 보유하던가, 아니면 명동 등 사채시장으로 출회된다.

그래도 규모가 어느 정도 있는 하청업체는 하위 업체에게 대금을 상위업체로부터 받은 어음으로 대금결제를 대신하는 경우가 비일비재 하다. 결국 최하위 영소업체는 사채시장에서 높은 할인율로 할인해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장사를 하게 되는 것이다. 그나마 할인이 되면 다행이지만 대부분 영세업자들이 가지고 오는 어음은 명동에서 외면당하기 일수다.

경기도 안산소재 모 체온계 부품제조 업체 사장은 "10% 남기기 어려운 납품에 어음으로 대금을 받아 사채시장에서 월리로 3%씩 3개월 할인하면 남는게 없다"며 하소연했다. "하지만 부품을 전량 해외에서 수입하는 입장에서는 수입부품은 100% 현금결제를 해야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어음을 고금리에라도 할인해야 하는 입장"이라고 푸념했다.

여기에 지난달 9일부터 시행된 전자어음의무 시행도 할인금리 상승을 부추겨 하위영세업체들의 자금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오히려 사채시장에서는 종이어음이 품귀현상을 일으키자 업체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심사의 조건의 완화시켜 할인을 성사시키려는 업자들이 늘고 있다. 할인금리를 소폭 낮춰서라도 종이어음을 잡으려는 업자들도 눈에 띤다.

전자어음의 금리가 상승했지만 그룹 계열사들의 금리는 오히려 낮아진 경우도 있다. 충북에 위치한 B그룹 계열 C사의 경우는 'B급'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리였으나 1% 때 중반에서 업자들이 경쟁해 할인했다. 금액이 1억원 선이고 만기일도 적정한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중앙인터빌 관계자는 "명동에서는 아직 1억원이 넘는 전자어음은 기피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금액이 큰 전자어음은 발행 전 문의시 알맞은 금액으로 나눠 발행하도록 유도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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