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배당 최소화..자본확충해야"

지난해 세계 금융위기로 중단됐던 은행권의 `고배당 잔치'가 부활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최근 발표한 내년 경제정책 방향에서 은행들이 순이익을 주주들에게 배당하기보다는 내부유보를 통해 자본을 확충하도록 유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현재 주요 20개국(G20)을 중심으로 금융기관의 자본규제를 강화하는 논의가 진행 중인데다, 부실채권 규모 확대 가능성 등에 대비하려면 충분한 수준의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은행들은 올해 영업실적이 지난해보다 개선된 상황에서 2년 연속 배당을 하지 않을 경우 주주들의 거센 반발을 살 수 있어 배당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배당 수준을 놓고 정부와 은행권의 갈등도 예상된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부분 금융지주와 은행들은 올해 배당을 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다만, 배당 규모 등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모 금융지주회사 관계자는 "올해 순이익이 흑자가 난 상황에서 2년 연속 배당을 하지 않으면 주주들을 설득할 명분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올해 실적이 아직 확정되지 않아 배당 폭은 예측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다른 금융지주회사 담당자도 "기본적으로 배당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서 "하지만 내년에는 인수.합병(M&A) 이슈들이 있어 배당 규모를 말하기가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국내 18개 은행은 지난해의 경우 4분기 4천억 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실적 악화로 배당하지 않거나 배당을 축소했다.

국민은행, 우리금융지주는 배당하지 않았고 신한금융지주는 상환 우선주에만 현금 배당(총 2천450억 원)을 하고 보통주 배당은 하지 않았다.

2008년에 연간 주당 1천300원(총 배당금 2천754억)을 배당했던 하나금융지주는 지난해 주당 200원씩(총 420억7천만 원)으로 그 규모를 대폭 줄였다.

하지만, 올해 4대 금융지주회사의 연간 순이익은 작년보다 2.21% 늘어난 3조7천898억 원이 될 것으로 증권가는 추정하고 있다.

대부분 금융회사의 외국인 지분율이 50%를 넘기 때문에 배당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투자자들이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배당 압력을 높이고 있다.

다만, 과거와 같은 `고배당'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준재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내년 정부가 은행의 자본 적정성과 레버리지(차입)에 대한 규제를 확대하면 소극적 배당정책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매각을 앞둔 외환은행의 경우 고배당이 점쳐지고 있다.

대주주인 론스타가 내년 중 외환은행을 매각한다는 방침이고, 올해 연간 순이익도 지난해의 7천826억 원보다 많은 8천억 원대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외환은행은 배당성향(순이익에서 배당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2006년 64%, 2007년 47%로 높게 유지했으나 지난해에는 금융위기 여파로 10%로 줄였다.

금융권 관계자는 "론스타가 외환은행 매각을 앞둔 만큼 높은 배당을 통해 은행의 몸집을 가볍게 해 매각 가격을 낮추려고 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리처드 웨커 외환은행 이사회의장은 은행장 시절인 2007년 말 "순이익의 40~50%를 주주들에게 돌려준다는 정책을 갖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론스타는 외환은행에 대한 투자금 2조1천548억 원 가운데 블록세일과 3년 연속 배당으로 약 87.3%(1조8천810억 원)를 회수한 상태다.

이에 대해 외환은행 측은 "아직 배당에 대해 정해진 바가 없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fusionj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