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인사에서 다소 뜻밖의 주목을 받고 있는 인물이 삼성전자 신사업추진단장을 맡게된 김순택 삼성SDI 사장(사진)이다. 삼성 입사 후배인 최지성 사장이 삼성전자 단독 CEO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김 부회장이 삼성전자로 소속을 옮겼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핵심 관계자는 "김 부회장을 최 사장 지휘체제에 갖다놓은 것이 아니라 김 부회장 같은 중량급 인물에게 신사업 추진 업무를 맡긴 것이 포인트"라고 말했다. 중장기 사업기획을 하는 사업단의 성격상 김 부회장이 최 사장의 직접적인 지휘를 받지 않을 가능성이 높지만,이런 저런 상황을 따지기엔 삼성전자의 신사업 발굴이 절체절명의 과제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2006년 출범했던 신사업추진팀은 그동안 '바이오시밀러(바이오 복제약)'를 제외하고는 가시적인 사업 발굴을 해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연매출 130조원 규모에 향후 10년간 400조원 이상의 매출 달성을 목표로 삼고 있는 삼성전자로선 피가 마를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김 부회장이 상식적인 직제를 거스르면서까지 이 자리에 기용된 이유는 그동안 전자-전자계열사 간 사업 조정과 신사업 발굴에 탁월한 역량과 리더십을 보여줬기 때문이라는 평이다. 2000년 삼성SDI 사장으로 부임해 무려 9년 동안 재직에 성공한 '장수 CEO'이기도 한 김 부회장은 브라운관 중심의 삼성SDI 사업구조를 2차전지와 같은 친환경 에너지 사업으로 변모시키는 데 선도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또 삼성전자와 손잡고 PDP TV 사업 효율을 높이기 위해 마케팅 개발 생산에 이르는 업무를 통합했으며 지난해에는 삼성전자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합작회사인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를 설립하기도 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