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최지성 사장이다. 인문사회계 출신으로는 처음 삼성전자의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올랐기 때문이다. 최 사장은 또 이사회 의장으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이윤우 부회장을 대신해 반도체 LCD사업부까지 관할하게 됐다. 삼성전자의 유일무이한 톱 경영자로 부상했다.

최 사장의 이 같은 대약진은 일찍부터 예견돼왔다. 작년 사장단 인사에서 이기태 부회장,황창규 사장 등이 퇴진한 가운데 삼성전자 DMC부문 사장에 오른 이후 '공격 경영'의 결실을 일궈왔기 때문이다.

그가 맡은 TV 휴대폰 등 세트부문은 글로벌 위기 속에서 세계시장을 휩쓸며 사상 최대 이익을 내는 성과를 이뤘다. 삼성 관계자는 "누구도 최 사장이 위기극복의 일등공신이라는 점에 이의를 제기하지 못할 것"이라고 그의 중용 배경을 설명했다.

삼성 내부에서는 '최지성 체제'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최 사장의 경영 트레이드 마크는 과감한 도전과 빠른 의사결정이다. 엔지니어 출신의 역대 CEO들과 달리 글로벌시장의 핵심을 파고드는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은 그를 해외 경쟁기업들로부터 경계대상 1호로 올려놨다는 평가도 받는다. 이윤우-최지성 투톱체제에서 최지성 원톱체제로 전환한 삼성전자가 앞으로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따라서 독립 사업부처럼 움직여왔던 단위 사업부들의 조직과 운영방식에도 일대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삼성전자는 대표이사 밑에 완제품과 부품을 담당하는 DMC와 DS부문이 있고,두 부문장이 각 사업부를 관할하는 복잡한 체제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16일 발표되는 조직개편으로 반도체,무선,카메라(삼성디지털이미징),영상디스플레이 등 7개 사업부는 모두 최 사장의 지휘를 받게 되며 DMC와 DS라는 하부 조직의 칸막이도 보고채널에서 사라질 전망이다.
삼성 관계자는 "CEO와 사업부 간 의견교환과 의사결정이 더욱 신속히 이뤄질 수 있게 됐다"며 "최 사장이 부품과 완제품 부문의 경험과 노하우를 모두 갖고 있기 때문에 양측의 갈등을 조정하고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도 기대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최 사장이 이룩한 TV사업 부문의 성과가 다른 부문으로 확산되는 효과도 기대된다. 삼성의 한 고위 임원은 "최 사장이 제시하는 목표는 너무 높게 잡혀 있어 대부분 실현 불가능한 것처럼 황당하게 들린다. 하지만 그가 이쑤시개,신발부터 반도체,TV,휴대폰,카메라 등 안 팔아본 것이 없고 그 분야에서 목표를 이뤄낸 것을 목격했기 때문에 언제부터인가 직원들은 그 목표를 현실가능한 것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최 사장의 힘과 의지를 조직이 뒷받침하는 움직임까지 생겨났다는 설명이다. 향후 최 사장의 목표는 휴대폰 1위와 중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가 정보통신부문을 담당한 2007년 이후 삼성 내에는 세계 1위 노키아가 넘어서지 못할 상대가 아니라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세계시장 점유율 차이도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