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사장단 인사] 눈길끄는 이동·승진 CEO
올해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의 특징은 '세대 교체와 철저한 성과보상 시스템의 정착'으로 요약할 수 있다. 중견 사장들 가운데 김순택 삼성SDI 사장과 최도석 삼성카드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젊은 사업부장을 대거 사장으로 발탁한 것이 눈에 띄는 큰 흐름이다. 신구(新舊)세대의 조화를 통해 경영권 승계라는 과도기를 헤쳐나가겠다는 의지도 담겨있다는 평가다.

◆전자사업군 확연한 세대 교체

삼성은 이번에 전자 및 전자계열사들을 중심으로 신사업을 책임질 50대 초중반의 부사장급 인물들을 대거 발탁했다. 올초 사장단 인사에서 만 60세 이상 사장들이 전원 퇴진하고 장기 재임했던 경영자들이 물러났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삼성 관계자는 "신사업 발굴에 능한 젊은 인물들을 경영일선에 배치함으로써 삼성의 새로운 미래를 차분히 준비하겠다는 뜻"이라고 인사 배경을 설명했다.

우선 삼성전자 휴대폰사업을 이끌게 된 신종균 무선사업부 사장은 일찌감치 '이기태-최지성'의 뒤를 이을 인물로 손꼽혀온 무선사업부의 리더다. 1993년 종합기술원에서 무선개발실로 자리를 옮긴 뒤 벤츠폰, 블루블랙폰 등의 히트상품을 잇따라 개발해냈다. 삼성 관계자는 "신 사장은 노키아를 뛰어넘는 글로벌 1위 달성이라는 중책을 맡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수인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메모리담당 사장은 현장에서 뼈가 굵은 반도체맨이다. 1979년 입사해 D램 설계를 맡은 후 제조센터장 자리에 오르기까지 반도체 생산라인을 떠난 적이 없는 현장형 리더로 평가받고 있다. 조 사장은 D램과 낸드플래시에 이어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열어갈 메모리 반도체의 개발 등에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프린터사업의 부활을 이끌어온 최치훈 사장은 삼성SDI 사장이라는 중책을 맡았다. GE파워시스템과 GE에너지에서 임원직을 수행한 경험을 살려 삼성SDI를 에너지 전문업체로 성공적으로 변신시켜야 하는 임무를 맡게된 셈이다. 삼성 관계자는 "최 사장은 단순한 업무적 성과 외에도 삼성그룹 조직문화를 젊게 바꾸는 데도 상당히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훈 삼성전자 사업지원팀장 사장은 경영지원이라는 한 우물을 판 인물로 꼽힌다. 1982년 삼성전자 통신사업부 경리과를 시작으로 그룹 구조조정본부 재무팀을 거쳐 최근까지 삼성전자 사업지원팀장을 맡아 안살림을 챙겼다. 삼성전자와 계열사 간의 중복사업 등 굵직한 사업 현안을 무리 없이 조율해 그룹 내 전자산업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이다.
[삼성 사장단 인사] 눈길끄는 이동·승진 CEO
◆계열사도 차세대 전면 배치

이번 사장단 인사에서 비전자 계열사 가운데 수장이 바뀐 곳은 삼성물산 삼성엔지니어링 삼성투신운용 등이다. 이들 역시 차세대 주자들을 중심으로 진용이 새로 짜여졌다.

삼성생명 자산운용부문장 사장으로 내정된 김상항 사장이 대표적인 예다. 김 사장은 삼성생명에서 금융일류화 추진팀을 맡아 안정적인 수익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을 인정받아 사장으로 승진했다. 김 사장은 내년도 상장을 앞두고 있는 삼성생명의 자산운용을 맡아 금융사업을 삼성의 새 성장동력으로 키워내는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박기석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은 '플랜트 사업의 전문가'로 통한다. 1979년 삼성엔지니어링에 입사해 기획실, 해외영업, 태국법인장을 거쳐 화공플랜트본부장과 마케팅본부장 등을 맡는 등 풍부한 해외 플랜트 건설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물산 대표이사 자리에는 정연주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이 옮겨갔다. 올해 해외에서 90억달러의 수주를 성사시키며 삼성엔지니어링을 해외수주 1위에 올려놓은 노하우를 살려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삼성물산을 구하라는 특명을 받은 셈이다. 정 사장은 삼성물산 대표이사와 건설부문장을 겸직하게 된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
[삼성 사장단 인사] 눈길끄는 이동·승진 C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