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훈풍 타고 '개인 금융자산' 2000조 육박
한국경제가 위기에서 벗어나고 주가가 오르면서 개인의 금융자산이 늘어나 200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부채도 꾸준히 늘어나 앞으로 금리가 오를 경우 가계가 상당한 압박을 받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15일 '3분기 중 자금순환동향(잠정)'을 통해 지난 9월 말 현재 개인의 금융자산이 1917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사상 최고치이며 지난 6월 말의 1829조7000억원에 비해 87조8000억원(4.8%) 늘어난 것이다.

개인 금융자산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작년 하반기 동안 55조5000억원 감소하며 작년 말 1680조90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었다. 하지만 올 들어 주가가 오르면서 3분기 연속 금융자산이 증가했으며 불어난 규모도 236조6000억원에 이른다. 3분기의 경우 늘어난 금융자산 87조8000억원 가운데 절반 정도인 42조원이 주가상승에 따른 것이다. 3분기 개인의 금융부채는 17조1000억원(2.1%) 늘어 9월 말 현재 836조8000억원으로 파악됐다. 이를 2009년 통계청 추계인구(4875만명)로 나눈 1인당 빚은 1716만원으로 전분기보다 35만원 증가했다. 금융자산에서 금융부채를 뺀 순금융자산은 9월 말 현재 1080조7000억원으로 3개월 동안 70조7000억원 늘었다.

금융자산이 늘어난 규모가 금융부채 증가규모보다 크기 때문에 가계의 재무건전성은 소폭 향상됐다. 금융부채 대비 금융자산 비율은 2.29배로 지난 6월 말의 2.23배보다 높아졌다. 하지만 외국과 비교해 보면 한국 가계의 재무건전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미국의 경우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금융자산이 41조5000억달러,금융부채가 13조8000억달러다. 부채 대비 금융자산 비율은 3배다. 일본은 금융자산이 1442조엔,금융부채가 329조엔으로 부채 대비 금융자산 비율이 4.4배에 이른다.

문제는 한은이 내년 초부터 기준금리(정책금리)를 인상하는 경우다. 은행들이 한은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대출금리를 올린다면 부담이 고스란히 대출자에게 지워지게 된다. 예를 들어 대출금리가 1%포인트 상승한다면 연간 추가 이자부담액이 8조3680억원에 이르며,대출금리가 0.25%포인트 오른다고 쳐도 연간 추가 이자부담액이 2조원을 웃돈다. 이자가 늘어나는 것은 소비에 타격을 주고 이는 기업 투자와 고용을 감소시켜 경제가 회복국면을 이어가지 못하고 재차 하강(더블딥)하는 쪽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한편 기업의 금융자산은 965조2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5.2% 증가했으며 부채는 1229조4000억원으로 1.1% 늘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