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진정한 아시아의 호랑이.' 지난 10월 '파리 자동차부품 박람회'에서 주최 측은 'EQUIP AUTO 매거진'이란 소식지를 통해 한국 부품업체에 이 같은 찬사를 보냈다. 이 박람회에서 한국관 참가업체는 총 39개사로 2007년 35개사에 비해 4개사가 증가,일본을 비롯 전시회 전체 규모가 축소된 것과 대조를 이뤘다.

10년 전만 해도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었던 한 · 일 경쟁의 판도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급변하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값싸고 품질 좋은 부품을 찾아 아웃소싱을 확대하기 시작하면서 제품력과 원가경쟁력을 갖고 있는 한국 부품이 부상하고 있는 것.

실제 올 들어 국내 부품업계는 늘어난 '손님'을 맞느라 분주했다. 웬만한 완성차 업체들치고 한국을 한 번이라도 방문하지 않은 곳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메르세데스벤츠,BMW,푸조시트로앵(PSA),볼보가 국내 자동차부품 전시회에 참여했고 폭스바겐과 포드는 자사 구매정책 설명회를 겸한 상담회를 열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기계산업팀장은 "유럽 자동차업체들은 전통적으로 일본 부품을 쓰지 않는 것을 관행으로 삼아왔고,GM 등 미국 완성차업체들 역시 금융위기 이후 일본과의 밀월관계를 청산하고 있다"며 "경쟁력 있는 부품을 구할 만한 곳은 한국뿐이란 인식이 생겨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 변화는 몇 가지 이례적인 일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현대모비스가 크라이슬러에 국내 부품업계 최대 규모의 섀시 모듈을 공급하기로 한 데 이어 전통적으로 자국 부품만 고집하던 도요타가 이례적으로 한국산 부품만 따로 모은 전시 · 상담회를 최근 두 차례나 열었다. 지난 10월 BMW 독일 본사에서 단독 전시회를 성황리에 끝마친 변정수 만도 사장은 "1~2년 전만 해도 문전박대했던 수석 부사장들이 줄줄이 나오더라"며 "분위기가 달라졌음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