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에 따른 소득 감소 등으로 은행 대출을 받기 어려워진 서민들이 2금융권으로 몰리면서 은행과 서민금융기관 간 대출금리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서민금융기관의 대출금리가 높아지면 서민과 자영업자 등의 이자 부담이 높아져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미소금융 등으로 서민 금융을 지원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은행의 서민 대출 확대와 근로자 소득 개선 등을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서민들 2금융권으로 몰렸다


올해 저축은행 등 서민금융기관들과 은행 간 대출금리 격차가 확대된 것은 은행들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를 일부라도 반영한 반면 서민금융기관들은 거의 수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작년 9월 말 이후 올해 10월 말까지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폭은 평균 3.25%포인트에 달했다.

그러나 은행 대출금리 하락폭은 절반 수준인 1.56%포인트에 그쳤다.

상호저축은행의 대출금리 인하폭은 0.27%포인트로 기준금리 하락폭의 12분의 1수준에 머물렀다.

제2금융권의 금리인하는 거의 없었던 셈이다.

이는 금융위기로 소득이 감소한 서민들의 대출 수요가 늘어나자 서민금융기관들이 대출금리 인하에 소극적이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은행권 대출 규제로 신용도가 낮은 서민들이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워진 점도 서민금융기관 대출 증가 요인으로 작용했다.

올해 들어 9월 말까지 예금은행의 총 대출금 증가율은 4.5% 수준이지만 같은 기간 상호저축은행의 여신 증가율은 10.7%에 달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전효찬 연구위원은 "경제가 좋지 않고 은행 담보대출이 막히면서 사정이 어려워진 서민들이 소액대출을 많이 받으려 한 것 같다"며 "경제가 어려운데 서민들이 제대로 보호를 받지 못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내년에도 서민들 이자부담 만만치 않다


내년에는 기준금리 2.0%의 `초저금리' 시대가 끝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신용등급이 낮은 중소기업과 소득수준이 낮은 가계의 이자 부담은 더욱 커진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금융연구실장은 "경기가 회복하고 있다고 하지만 경제적 약자의 상황은 개선 속도가 느리다"며 "대출금리 격차가 좁혀지기는 당분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은 관계자는 "만약 금융시장이 다시 불안해지면 은행보다는 서민금융기관의 자금조달 여건이 나빠져 대출금리가 더 큰 폭으로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서민금융기관들이 연체율 관리를 위해 영업 기조를 보수적으로 가져가면 대출 문턱은 더욱 높아지게 된다.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가운데 소득이 제자리걸음을 한다면 채무상환능력이 취약한 가계는 대출 만기 연장을 거부당해 파산하는 상황도 생각해볼 수 있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연체율이 내려가지 않고 있어서 내년에 서민과 중소기업의 대출 문턱이 낮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미소금융 같은 정부의 지원대책이 활성화되지 못한다면 고금리를 받는 대부업체로 대출 수요가 이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소금융으로 부족..적극 지원 필요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미소금융으로 부족하다고 입을 모으며 적극적인 서민 금융 지원책을 주문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경제연구본부장은 "미소금융이 있긴 하지만 새로운 서민금융 시스템을 만들어 서민에 대한 금융 압박이 완화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 신 실장은 "미소금융은 근본적인 치유책이 되진 않으며 은행이 역할을 좀 해줘야 한다"며 "서민에 대한 대출 완화정책이나 가산금리 조정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가계 소득 확대와 같은 근본적인 대책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 이태규 연구위원은 "소득으로 부채를 받쳐주는 수밖에 없으며, 그러려면 성장률 자체보다는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최윤정 최현석 홍정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