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사가 연내 타결을 목표로 벌이고 있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이 최대 고비를 맞았다.

회사가 기본급을 올리지 않기로 하는 임금동결안 카드를 빼들었기 때문이다.

15년만에 들어선 합리 노선의 이경훈 노조 집행부는 "정말 실망했다"면서 이례적으로 교섭 결렬 선언도 하지 않고 곧바로 노동쟁의 조정신청을 하는 등 반발하고 있어 노사의 목표인 임단협 연내 타결을 이뤄낼 수 있을 지 주목된다.

◇ 회사 임금동결안 왜 제시했나 = 기본급 동결은 경기침체에 따른 타 산업과의 형평성과 현대차의 올해 특이한 수익구조에 따른 회사의 불기피한 선택으로 분석되고 있다.

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말 현재 임금이 타결된 2천541개 사업장 가운데 절반 가량인 46.1%가 임금동결이나 삭감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동결 및 삭감이 대세인 상황에서 현대차가 임금인상을 한다는 것은 국민정서상으로도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라는게 회사의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산업계 전체를 웃도는 임금인상을 할 경우 국민세금으로 도움을 받은 기업이 잔치를 벌인다는 비난을 면하긴 어렵다"며 "임금동결은 선택사항이 아니다"고 했다.

또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는 현대차 수익구조도 달리 봐야 한다는 것. 여기에는 생산성 향상이나 원가절감 등 회사 내부의 노력보다는 환율과 정부의 세제지원이라는 외부효과가 절대적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올해로 세제혜택이 끝나기 때문에 더 이상 특수효과는 기대할 수 없고 아울러 원-달러 환율도 1천100원 내지 그 이하로 고착되어 가는 것도 앞으로 수출기업 현대차에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결국 기본급 동결을 하고 대신 성과급과 일시금을 제시한 것은 외부적으로는 국민기업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내부적으로는 임금동결을 상쇄하려는 회사의 고육지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 마지막까지 남은 노사쟁점은 = 노사는 임금을 제외한 25개 단협안 중 14개안에 합의했다.

난항이 예상됐던 신기술 도입, 공장이전, 기업 양수ㆍ양도(41조) 조항에서는 사전에 노사설명회를 개최한다는데 합의했고 해외현지공장(42조) 조항은 신차종 투입시 국내공장에 우선 투입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또 비용이 수반되는 경조 및 특별휴가(70조), 건강진단(90조), 장학제도(108조) 조항에서도 접점을 찾아 노조로서는 실리도 챙겼다.

하지만 간부급인 과장 이상이 노조에 가입토록 하는 조합원 자격과 가입(6조) 조항은 이견차가 적지 않다.

현대차는 지금도 조합원이 4만 5천여명인 민주노총 최대 사업장이기에 수용하기 어려운 것.
또 협약 기간(132조) 조항도 올해 합의하는 단협 효력기간을 기존 2년이 아닌 1년으로 하자는 것으로 막판 쟁점이 되고 있다.

회사는 2년에 1번씩 하는 단협교섭을 내년에 또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들 안 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조합원의 피부에 당장 와닿는 임금안이다.

일단 회사는 임금동결안을 고수할 것으로 예상돼 노사갈등이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향후 노사협상 전망은 = 노조가 노동쟁의 조정신청까지 낸 만큼 조정기간(10일) 이후 22일부터는 파업까지 가능하다.

실제 파업까지 갈지는 미지수고 회사 압박용으로 보인다.

이경훈 현대차지부장도 "전향적인 안이 나오면 교섭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회사가 임금 부문에서 수정안을 제시하면서 다음주 중에 교섭이 재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무쟁의 타결을 할 경우 1994년 이후 15년만에 다시 달성하는 기록인 만큼 이를 보상하는 수준의 내용이 수정안에 담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5개월만에 겨우 재개된 임단협의 연내타결이 물거품되고 해를 넘긴다면 조합원의 불만이 증폭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아는 노사는 다음주 중에 합의점을 찾는데 전력을 다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 노사가 한발씩 양보교섭에만 나선다면 희망적인 결론이 도출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울산연합뉴스) 장영은 기자 yo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