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11일 내년 한국 경제가 4.6%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7월 전망치에 비해 1%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한은은 정부의 재정 투입에 따른 정책효과는 줄겠지만 세계경제 회복,민간의 소비 및 투자심리 개선 등으로 성장 동력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소비 · 투자 전망따라 성장률 제각각

지금까지 수정 발표된 정부 및 국내외 각 기관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편차가 상당한 편이다. 스위스계 투자은행인 크레디스위스가 6.0%로 가장 높은 수준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5.5%와 기획재정부의 5.0%도 높은 수준이다. 한국은행과 LG경제연구원이 각각 4.6%로 중간 수준이며 현대경제연구원의 4.5%나 삼성경제연구소의 4.3%는 낮은 편에 속한다.

기관별로 성장률 전망치가 차이나는 것은 민간의 자생력에 대한 관측이 서로 다르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그 가운데서도 핵심은 설비투자와 민간소비 증가율 전망의 차이다. 국내 기관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관측한 KDI와 가장 낮은 성장률을 제시한 삼성경제연구소 간 차이가 가장 극명하다. KDI는 내년 설비투자 증가율을 17.1%,민간소비 증가율을 4.9%로 내다봤다. 이에 힘입어 취업자가 20만명 증가할 것이며 성장률은 5%를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삼성경제연구소는 설비투자 증가율이 8.2%,민간소비 증가율은 3.1%에 머물 것으로 예측했다. 민간의 회복이 그렇게 빠르지 못할 것이란 얘기며 이에 따라 내년 취업자도 10만명 안팎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연구소는 임시투자세액공제 폐지 및 대 · 중소기업 간 투자 불균형으로 설비투자 확대가 제약받을 것이며,민간소비 역시 확장적인 성장동력으로 작용하기엔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전망치에 대한 신뢰도 의문

2009년 성장률에 대한 전망치가 널뛰기를 하는 통에 2010년 전망치도 믿기가 힘들다는 지적이 많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국은행.조사 전문 인력만 100명이 넘어 다른 기관과는 질적으로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는 한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작년 12월 2.0%에서 올 4월엔 -2.4%로 낮아진 뒤 7월 -1.6%로 높아졌고 이번엔 0.2%로 바뀌었다. 1년 새 성장률 전망치 편차가 4.4%포인트에 이른다. 작년 4분기 성장률도 -5.1%로 작년 12월 제시된 -1.6%보다 마이너스 폭이 훨씬 더 컸다. 한치 앞도 못 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올 만하다.

한은은 올해는 글로벌 금융위기에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각종 정책효과가 집행되면서 불확실성이 대단히 높았다고 해명했다. 이상우 한은 조사국장은 "내년엔 올해보다 경제 여건의 불확실성이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생각돼 전망치가 수정되더라도 그 폭은 작을 것"이라면서도 "불확실성이 평상시보다는 여전히 크기 때문에 전망을 수정할 여지는 상대적으로 넓다"고 말했다.

박준동/박신영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