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로마의 휴일' '티파니에서 아침을' 주인공으로 1993년 타계한 영국출신 여배우 오드리 헵번은 영원한 아름다움의 아이콘으로 불립니다.

때문에 '오드리 헵번'이라는 이름은 한국의 인터넷 사이트에서 여성들의 '필명'으로 흔하게 활용됩니다.

때로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름이 중복될 경우 변칙이 나오기도 하고요. 예컨대 '오드리 햅반' '오드리 될뻔' 같은.

오드리 햅반은 CJ의 즉석밥 '햇반'브랜드에서 응용한 듯 합니다.

오드리 될뻔은 말 그대로 오드리 헵번처럼 미모를 가질 뻔 했으나 그러지 못해 일종의 바람을 표현한 것 같고요.

여담이었습니다.

오드리 헵번이란 명배우의 이름을 서두에서 꺼낸 건 응용이름 '될뻔' 때문입니다.

거제도에 거대 도크를 가진 조선회사 대우조선해양이란 기업을 잘 아실 겁니다.

대우조선은 한국이 외환위기로 IMF 식민지 통치를 받던 시절 대우그룹의 해체와 더불어 워크아웃을 통해 최대주주가 공공기관인 산업은행과 자산관리공사(두기관 보유 지분 50.37%)로 바뀐 상태입니다.

쉽게 말해 대우조선은 실제 주인이 없는 공기업이고, 이 상태는 대충 10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런 대우조선이 국내 민간 기업들에 팔려 '주인찾기' 작업이 조만간 진행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번 대우조선의 주인찾기는 공식적으론 두 번째 즉 '재수'입니다.

산업은행은 작년 말 한화그룹과 6조원대의 가격에 팔기로 했으나 올해 초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한화측이 돈을 마련하지 못해 없었던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이른바 '대우조선, 한화에 팔릴 뻔'으로 끝나 버린 겁니다. 대우조선의 주인찾기가 이처럼 '팔릴 뻔'으로 끝난 것은 공식적으론 한화그룹의 사례 한 차례 뿐입니다.

그러나 공식적인 기록으로 남아 있지는 않지만 '비공식적인' 것까지 포함할 경우 두 차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대우조선이 워크아웃 중이던 지난 2000년대 초에 해외에 '팔릴 뻔'한 적이 있었던 까닭입니다.

대우조선을 인수하려고 한 주인공이 흥미롭습니다. 바로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우리족 입니다.

실제 마우리족과는 양해각서(MOU)체결 직전까지 갔었고 대우조선의 본사가 있던 서울역 앞에 있는 대우빌딩(현재는 소유주가 외국계지요)에 전통복장의 마우리족들이 등장하기도 했었습니다.

"마우리족이 무슨 돈으로?"란 의문을 제기할 텐데요. 당시 이들은 상당한 현금 확보 방안을 갖고 있었다고 합니다.

호주 정부와 어업권 협상을 통해 50억달러에 이르는 막대한 돈을 보상받기로 했다는 거였습니다.

당시 마우리족이 대우조선 인수를 위해 제시한 조건이 1주당 12달러였다고 합니다.

이들은 또 대우조선의 지분 25%이상을 원했고 그들이 호주에 건설할 계획인 조선소에 대우조선의 기술진이 참여해 줄 것 등을 요구했다고 하고요.

하지만 이 협상은 어떠한 이유인 지 알 수 없으나 유야무야 됐고 '대우조선, 마우리족에게 팔릴 뻔'이라는 말만 남겼습니다.

대우조선해양 매각 작업은 공식, 비공식을 합해 지금까지 두 번씩이나 '팔릴 뻔'으로 끝나면서 '뻔 징크스'를 가졌다는 얘기를 듣습니다.

따라서 사실상 '3수'로 불리는 이번 주인찾기에서는 과연 이 징크스를 벗어날 수 있을까란 궁금증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대우조선해양이 '궁합' 잘 맞는 새로운 '주인'을 찾아 '조선강국 한국'의 입지를 위협하고 있는 중국을 멀찍이 따돌려 주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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