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10일 금융통화위원회를 마친 후 기자회견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한 배경을 설명했다.

다음은 이 총재의 기자회견 모두발언 전문.

『오늘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2%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전반적인 경제 상황을 보면, 국내 경기가 꾸준히 좋아지고 있다.

지난 9월과 10월에 추석 요인이 있어서 지표들은 좀 들쭉날쭉한 모습을 보였지만, 3분기에 상당히 높은 성장률을 보인 이후 10월과 11월, 그리고 12월 초에 들어서도 수출이 상당히 호조를 보이고 소비 쪽에서도 꾸준히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상반기, 특히 3분기까지 집중됐던 정부의 경기 촉진 정책의 재정 지출이 10월 이후 많이 줄어들면서 혹시 민간 부문에서 경기를 받쳐주지 못해 4분기에 경제가 조금 나빠지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있었는데 지난 두어달 이상 움직임을 봐서는 성장세가, 물론 지난 2~3분기만큼 급속한 성장을 할 수는 없지만, 4분기에도 꾸준히 이어지는 것으로 판단된다.

물가 쪽에서 보면 지난 10월 소비자물가지수가 1년 전보다 2% 상승했던 게 11월에는 2.4% 상승으로 조금 높아졌지만 대체로 안정돼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한국은행이 추구하는 소비자물가 평균 상승률이 3%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의 물가 상승률은 3%보다 낮은 수준이다.

물론 지난 2008년 물가 상승률이 꽤 높았기 때문에 2009년 물가 상승률이 3% 밑으로 가는 것은 어찌 보면 정상적인 상황이다.

주택매매가격도 수도권 지역에서는 지난 10월 이후 조금 안정돼 가는 것 같다.

그런데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서의 주택매매가격은 지난 11월까지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 점을 조금 유의해야 할 것 같다.

주택담보대출도 크게 확산되지는 않았지만 11월까지도 2조원 이상 상당히 큰 규모로 늘어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전세가격 쪽에서는 수급요인도 일부 작용해 수도권까지 포함해 꾸준히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융시장 쪽에서는 지난 10월 환율과 주가에 상당한 변동이 있었지만 11월에는 상당히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11월 말 두바이 쪽에서 채무재조정 요구가 있어서 국제금융시장이 한 번 흔들리고 국내금융시장에서도 일시적인 변동이 있었지만 2~3일 지나면서 국제적으로도 국내적으로도 진정되고 있는 모습이었다.

세계 각국, 주요 국제기구 모두 시간이 지날수록 내년도 경제성장 전망을 올리고 있다.

몇 가지 불안요인이 남아있기는 하다.

미국 상업용 부동산 부실 가능성이 아직 있다든가, 은행 대출이 아직 활발하지 못하다든가, 두바이나 동유럽 등 채무가 많은 쪽에서 작은 사건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크게 봐서는 세계 경제가 회복기에 접어들었다고 하는 게 대체적인 판단이다.

내년에는 선진국들도 올해보다는 나아지지 않을까 보고 있다.

특히 중국이나 인도,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는 동남아도 내년 경기 전망은 괜찮은 편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 수출도 내년에 꾸준히 늘어날 수 있다.

내수 쪽에서 정부 재정 경기촉진 효과가 많이 줄어들지만 소비나 일부 분야의 투자가 내년에는 좀 나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한국은행의 내년도 경제전망 역시 비교적 밝게 할 수 있다.

물가 쪽에서 보면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2.4%까지 올라왔는데 지금부터 내년말까지 서서히 올라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최소한 내년까지는 우리 물가목표에 비춰 무리 없는 물가 움직임이 있을 것이다.

물론 원자재 가격이 갑자기 크게 변동한다든가 하는 돌발 위험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큰 폭의 경상수지 흑자가 나타나고 있고, 내년에도 경상수지 흑자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 점에서 올해처럼 갑자기 원화 환율이 급상승해 물가에 큰 압력을 주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기 때문에 지금보다 상승률은 조금씩 올라가겠지만 내년까지는 3%를 넘는 큰 물가 상승이 있을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않는다.

전반적으로 세계경제 전체 또는 국내경제에 다소의 불안요소는 있다.

두바이 채무재조정 신청 같은 종류의 사건도 앞으로 전혀 없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하지만 크게 봐서는 세계경제나 국내경제나 내년에 그런대로 밝은 쪽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러한 다소간의 불안요소를 무시할 수는 없기 때문에 올해 내내 상당히 낮은 정책금리를 유지해 왔고 이번달에도 그런 결정을 내렸다.

앞으로 매월 짚어가면서 경기나 물가 상황에 맞춰서 타이밍을 잡는 고민을 계속 해야할 것 같다.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zhe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