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애경그룹이 운영하는 AK면세점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인수가 확정되면 국내 면세점업계는 롯데면세점(롯데호텔)과 신라면세점(신라호텔)의 양강 체제로 굳어질 전망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을 운영하는 롯데호텔은 지난 8일 애경그룹 계열인 AK글로벌의 지분 81%를 인수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AK글로벌은 AK면세점 인천공항점과 김포공항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AK면세점 코엑스점을 운영하는 AK리테일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인수 금액은 AK글로벌과 AK리테일의 부채를 포함해 2500억~3000억원대에서 최종 확정될 전망이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애경측에서 실적이 악화된 면세점 사업부문의 매각 의사를 타진해와 양해각서를 체결했다”며 “면세점 허가권을 가진 관세청과 독과점 심사를 하는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 기관과 인수 확정을 위한 협의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그는 “인수 금액은 관계기관과의 협의가 끝난 후에 최종 조율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AK면세점은 코엑스점,인천공항점,김포공항점 등 3개 매장과 인터넷 면세점을 운영하며 지난해 32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코엑스점 대규모 리뉴얼과 인천공항 입점 등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었지만 올들어 고환율과 신종플루에다 경기불황으로 적자를 면치 못해 재무구조가 급속히 악화된 것으로 전해졌다.특히 인천공항점은 인천공항공사에 내는 영업료(임대료) 최소 보장액이 1000억원으로 지난해 매출(1300억원)의 77%에 달한다.

때문에 매달 40억원 안팎의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업계 관계자는 “애경의 고위 경영진이 직접 공항공사로 찾아와 매장 철수의사를 밝힌 적도 있다”며 “하지만 5년 계약을 맺어 위약금만 200억원이 넘어 정리하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지난해 8월 리뉴얼을 거쳐 재개장한 AK면세점 코엑스점도 시내 면세점 중 점유율이 5% 미만으로 기대에 못미치고 있다.애경 관계자는 “계속 적자를 안고 가는 것보다 매각을 통해 선택과 집중을 하기로 한 것”이라며 “매각대금은 신규사업에 쓰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매출이 1조1149억원으로 2007년(9552억원)보다 1597억원(16.7%) 늘었다.롯데면세점도 인천공항에선 월 20억~30억원 손실을 보고 있지만 시내 면세점(소공점,잠실점)이 호조를 보이고 있어 인수에는 무리가 없는 데다 규모의 경제 실현에 따른 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특히 업계 2위인 신라면세점의 추격을 따돌리고 1위 자리를 공고히 지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인천공항에서도 신라면세점에 뒤지는 점유율을 크게 높일 수 있고 마진율이 높은 화장품,향수 등을 취급할 수 있게 된다.

한편 신라면세점은 부산 파라다이스면세점(대구공항점·부산점)의 우선협상자로 선정돼 인수협상을 벌이고 있다.매각금액은 800억~900억원 선으로 알려졌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