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치볶음을 가리키며)이 벌레들은 뭐지? 요즘 서민들은 이런 음식을 먹나?"(드라마 '꽃보다 남자'에서 주인공인 신화그룹 후계자 구준표의 대사)

국내 드라마가 기업과 기업인들을 거만하고 탐욕적인 모습으로 묘사해 반(反)기업 정서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오명환 용인송담대학 방송영상학부 교수는 10일 한국광고주협회가 주최한 소비자단체장 초청 조찬간담회에서 'TV드라마에 나타난 반(反)기업 정서에 관한 연구'란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이 비판했다.

오 교수는 '기업(가) 흔들기'가 국내 드라마에서 40년간 '단골 소재'였다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대기업은 '재벌'로 언급되며 부정적이고 단편적인 측면만 부각됐고,드라마 제작자들은 탈법,투기,분식회계,족벌경영,해외도피,정략결혼 등의 자극적인 소재로 시청자를 끌어모으기에 급급했다는 것.

오 교수는 "드라마는 기업 자체보다 기업가의 사생활 묘사에만 치중한다"며 "드라마 속 기업가에겐 항상 과거,여자,핏줄이라는 세 가지 비밀이 숨겨져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드라마가 기업인을 '씹고 뜯어주면' 시청자는 '맛보고 즐기는'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런 부정적 시각이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의 근본에 대한 반감으로 변질된다는 게 오 교수의 지적이다.

오 교수는 시청자들에게 각인된 반기업 정서를 불식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모니터링 강화 △기업의 '집안 단속' △공익적인 기업광고 등으로 경영철학 부각 △경주 최부잣집 가훈(家訓)의 '내부 절제,외부 배려' 정신 본받기 등을 제시했다.

김정은 기자/백상경 인턴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