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송년회 분위기는 지난해와는 사뭇 달랐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끝을 짐작하기 어려웠던 지난해 12월11일 열린 밀레니엄포럼 송년회에서는 '어려운 경제 여건을 극복하자'는 의지를 북돋웠다면,올해 송년회는 참석자들 사이에 여유와 자신감이 흘렀다.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 있지만 회복세를 타고 있는 경제 흐름과 맥을 함께하는 자리였다. 덕담을 나누고 친목을 다지면서도 경제회복의 불씨를 이어가기 위한 여러 가지 정책적인 주문들도 나왔다.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지속가능한 회복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며 "임시투자세액 공제가 내년에 폐지되면 기업들이 투자를 할 때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손 회장은 "상속세율 인하는 기업가 정신 고취를 위해서라도 필요한 부분인데 논의가 중단됐다"며 안타까워했다.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 원장은 "올해는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데 집중했다면 내년에는 성장동력 등을 확충해 선진국 대열에 편입할 수 있는 기반을 닦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발한 건배사도 이어졌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해당화'가 '해가 갈수록 당신과 화목하게'와 '해가 갈수록 당신만 보면 화가 나'라는 두 가지 상반된 의미가 있다고 말해 좌중의 폭소를 이끌어냈다. 현 회장은 "여러분과는 '해가 갈수록 당신과 화목하게'라는 뜻을 생각하며 건배사를 외치고 싶다"며 잔을 부딪혔다.

전광우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계급장 떼고 나이는 잊고 릴렉스(relax)하자'는 뜻에서 '계나리'를 건배사로 제안하겠다"며 참석자들의 합창을 이끌어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