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자동차의 이번 리콜 사태를 주의 깊게 보세요. 도요타가 과거에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도 있습니다. "

최근 사석에서 만난 현대자동차의 한 해외법인장은 이렇게 말하더군요. 작년에 글로벌 1위로 도약한 도요타가 미국과 캐나다에서 총 426만대의 차량을 리콜하기로 결정한 일을 두고 하는 얘기입니다.

도요타는 자존심을 걸고 만든 주력 모델인 렉서스를 비롯해 캠리와 아발론 프리우스 등 7종을 대량 리콜하고 있습니다. 운전석 발판이 앞으로 쏠리면서 가속 페달을 누르는 문제를 수정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완성차 역사상 최대 규모죠.

도요타는 이번 리콜로 최소 400억엔의 수리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현지에선 "도요타가 품질 및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선두가 됐는데 이 때문에 더욱 큰 위험에 봉착했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지난달엔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가 발표한 '최고 안전한 차량' 27종 명단에 단 한 개도 끼지 못하는 굴욕까지 당했습니다.

도요타가 한꺼번에 수백만대를 수리해 주기로 한 것은 가속 페달 문제로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에서 렉서스 ES350 2009년형을 몰고 가던 일가족 4명은 사망사고 직전 시속 190㎞의 비정상적인 속도를 제어할 수 없다고 경찰에 신고했다고 합니다.

도요타는 다만 북미를 제외한 한국 등 다른 나라에선 리콜 조치를 취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다른 곳에선 4계절용 두꺼운 발판을 판매하지 않았기 때문이란 이유에서지요.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제의 근본 원인이 '아래에서 솟아오르는 형태의 가속 페달'에 있다고 지적합니다. 원가절감 등의 이유로 장착한 '도요타식 가속 페달'이 특정 조건에서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도요타는 앞으로 모델 변경 때 가속 페달의 구조를 전면 개량하기로 했습니다.

도요타가 리콜을 다른 지역으로 확대하지 못하는 것은,'세계 최대 생산업체'란 타이틀 때문입니다. 판매대수가 워낙 많다 보니 천문학적인 리콜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딜레마에 빠진 것이지요. GM 등 글로벌 경쟁사의 침체를 틈타 외형을 무리하게 확대하는 과정에서 품질 관리에 소홀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은 이래서 나옵니다.

도요타의 질주에 찬사를 보내오던 미국 언론들도 얼굴을 바꿨습니다. 부정적인 기사가 이전보다 많아졌지요. 미국 컨슈머 리포트는 미국고속도로안전관리국(NHTSA) 자료를 바탕으로 도요타의 급가속 사고가 가장 빈번했다는 조사 결과를 최근 내놨습니다. 전체 관련 사고의 41%를 도요타가 차지했다는 겁니다.

미쓰비시 자동차는 2004년 리콜을 고의로 은폐한 사실이 발각되면서 내리막길에 들어섰습니다. 작년엔 449억엔의 적자를 냈고,결국 프랑스 푸조시트로엥(PSA)에 매각되는 운명에 처했습니다. 도요타는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비교적 신속하게 리콜 조치를 단행한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리콜 규모가 워낙 대량이어서 안전성 이미지에 금이 가게 됐고,북미에서만 실시하면서 '고객 차별' 논란이 불가피할 것이란 점입니다.

도요타 역사상 최대 위기가 될 수 있는 이번 리콜 사태가 글로벌 완성차 업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내년 관전 포인트 중 하나입니다.

산업부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