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언론들은 한국 제조업의 약진과 일본 산업의 쇠퇴에 대한 우려를 잇따라 쏟아내고 있다. 반도체와 TV산업 주도권을 한국 기업들에 내준 역사가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담겨 있다.

일본 경제월간지 팩타(FACTA)는 12월호에서 '삼성의 독주,차원이 다른 성장파워'라는 기사를 통해 삼성의 질주를 집중 조명했다. 이 잡지는 "삼성은 '위기는 기회'라는 신념과 빠른 의사결정,신제품 공세로 4조원을 벌어들이며 경쟁사들을 무너뜨렸다"며 "일본에서는 종합전자 회사의 전망이 어둡다고 했지만 삼성은 종합화를 통해 성장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삼성은 그동안 쌓아놓은 흑자를 기반으로 '불황으로 힘든 것은 모두가 마찬가지다. 지금이야말로 경쟁사를 칠 찬스'라며 속도감 있게 반전 전략을 구사한 것이 적중했다고 덧붙였다.

닛케이 비즈니스는 최근호에서 삼성전자 임원을 지낸 요시카와 료조씨와의 인터뷰 기사를 게재,"일본 전자산업은 이대로 가다가는 5년 내에 존망의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삼성전자는 경쟁사의 제품과 세계 각국 소비자의 요구를 분석해 필요없는 기능은 빼고 필요한 기능은 추가하는 리버스(reverse) 엔지니어링 기법으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지만,일본기업들은 품질만 강조해왔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면 10만원짜리 세탁기가 많이 팔리는 인도시장에 200만원짜리 품질 좋은 제품을 내놓는 것과 같은 우를 범했다는 얘기다. 그는 "품질은 소비자가 결정하는 것이지 기업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며 일본식 경영에 일침을 놓았다.

일본이 차세대 핵심 부품으로 떠오르고 있는 LED산업의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주간 다이아몬드는 최근 "삼성이 예측한 대로 LED를 선점한 업체만이 생존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며 "일본업체들이 뒤늦게 LED칩 확보에 나섰지만 삼성의 승리가 확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삼성이 LED칩은 물론 제조설비까지 독점에 나서고 있으나 일본업체는 그런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며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