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조금씩 되살아나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걱정이다. 신용평가기관인 피치가 그리스의 국가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한 단계 끌어내리고,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또한 그리스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한 것을 계기로 세계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다시 요동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금융위기 재연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 무리는 아니다. 막대한 국가채무에 신음하고 있는 그리스가 국가부도 사태 등에 직면할 경우 신흥 개도국들에까지 도미노처럼 위기가 확산돼 나갈 수도 있는 까닭이다. 590억달러에 이르는 부채를 상환유예하겠다고 선언한 두바이월드의 채무조정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질 것이란 관측도 불안감을 높인다.

게다가 세계경제의 흐름을 좌우하는 미국경제의 사정 또한 녹록지 않다.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지난 7일의 연설에서 "미국경제가 여전히 신용경색, 높은 실업률, 소비 부진 등의 역풍(逆風)을 맞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상당기간 제로금리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최근 늘고 있는 낙관론에 대해 경고의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물론 국제금융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불안한 움직임이 리먼 브러더스 파산 때와 같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확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일반적 관측이기는 하다. 그리스가 최악의 국면으로 치달을 경우 EU(유럽연합) 회원국들이 지원에 나설 공산이 높고, 두바이월드의 부실채권 규모는 당시에 비해 그리 큰 규모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리스와 두바이의 상황이 악화될 경우 금융회사를 비롯한 투자기관들의 리스크 회피 및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가속화되고, 달러 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되는 등 신용경색이 심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따라서 만일의 사태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특히 국내에 유입된 달러 트레이드 자금이 수백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이어서 더욱 그러하다. 정부는 이들 자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갈 경우 등 시나리오별 대응 전략을 마련해 우리 경제가 또다시 외풍에 흔들리는 일이 없도록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