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는 멀고 CEO는 가깝다

금융팀 = 금융업계 사외이사 중 주주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사외이사는 극소수인 반면 상당수가 최고경영자(CEO)와 직간접적인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사외이사들이 CEO의 장기 집권과 낙하산 인사에 대한 견제를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외이사들이 한 달에 한 번 정도 회의에 참석하면서 연봉으로 최고 6천만원씩 받아가는 것이 CEO와의 유착을 초래한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 주주측 사외이사 극소수
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의 사외이사 10명 중 주주 대표는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골드만삭스와 테마섹, 국민연금 등 재무적 투자자인 주요 주주들이 이사회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지 않고 있어 이사회 주도로 사외이사를 선임하고 있다.

KB금융지주의 경우 사외이사 9명 중 주주 측은 2대 주주인 자크 캠프(Jacques Kemp) ING그룹 아태지역 보험부문 사장 한 명에 불과했다.

1대 주주인 국민연금 측은 참여하지 않고 있다.

반면 신한금융은 12명의 사외이사 중 주주 측 사외이사가 재일교포 6명, BNP파리바 1명 등 7명에 달하고 있다.

대부분 금융회사에서 최고경영진이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KB금융의 이사회의장은 CEO와 분리됐지만, 국민은행 이사회 의장은 강 행장이 겸직하고 있다.

신한금융과 신한은행, 하나금융과 하나은행, 우리금융과 우리은행 등도 지주 회장이나 은행장이 이사회 의장까지 맡고 있다.

◇ 기관장의 지나친 장수도 문제
한 번 금융회사의 CEO가 되면 오랜 기간 장수하는 관행도 사외이사의 경영진 견제 기능을 약화시킨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5년째 국민은행장을 맡은 강 행장은 최근 차기 KB금융 회장으로 내정되면서 추가로 3년간 회장을 맡게 됐다.

하나금융 김 회장은 1997년 하나은행장 취임 후 2005년 회장에 오르면서 하나금융 내 CEO 경력이 12년에 달하고 있다.

신한금융 라응찬 회장은 내년 임기까지 감안하면 1991년 신한은행장을 맡은 이후 거의 19년간 장수하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신상훈 신한지주 사장은 2003년부터 6년간 신한은행장을 맡았고 올해부터 3년 임기의 사장직을 수행한다.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의 경우, 사외이사들이 1조6천억 원의 손실을 준 파생상품 투자를 견제하지 못한 점 등도 사외이사의 독립성에 대한 의문을 키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외이사들이 투자의 문제점을 적극적으로 지적하고 대응했다면 대규모 손실사태는 생기지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KB금융 사외이사의 연봉이 평균 6천만 원 수준으로 1천500만 원 수준인 한국씨티은행의 4배에 달하는 등 상당수 금융회사의 사외이사들이 높은 연봉을 받는 점 역시 독립성을 훼손시킬 수 있는 요인이다.

사외이사들은 대체로 1년에 10∼12차례 정도 회의를 한다.

◇낙하산 인사에 무방비
금융공기업 사외이사들은 낙하산 인사에 대해 전혀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기획재정부(옛 재정경제부) 차관 출신인 박병원 전 회장 선임 때부터 낙하산 인사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직 여당 국회의원이 이사장을 맡은 신용보증기금은 사외이사에도 여당 의원 출신이 포함돼 있다.

기술신용보증기금은 경제관료 출신이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사외이사 6명 중 공무원 출신이 2명 포함돼 있다.

예보는 사외이사 7명 중 사장과 같은 서울대 출신이 5명에 달한다.

한국예탁결제원은 사장이 한나라당 핵심 인사와 지연·학연으로 얽혀 있는 것으로 알려져 낙하산 논란을 겪었으며 자산관리공사와 정책금융공사, 주택금융공사 등의 CEO도 낙하산 인사에 해당된다는 지적을 받았다.

관료의 낙하산 인사가 관행이 된 수출입은행은 아예 사외이사가 없다.

일부에서는 외환은행의 대주주인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의 과도한 배당 요구 등을 사례로 들며 외국인 주주에 대한 사외이사의 견제 능력도 키워야 한다고 당부했다.

외환은행은 사외이사 8명 중 3명, 전체 이사회 구성원 11명 중 5명이 론스타 측이다.

(서울=연합뉴스) harris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