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은 속도를 즐기는 운전자들에게 그리 반갑지만은 않은 계절이다. 얼어붙은 빙판길은 차량의 제동성능을 저하시키고 하늘에서 내려오는 눈은 운전자의 시야를 가린다.

'안전운전'이 최선인 겨울철, 여전히 짜릿한 속도를 느끼고 싶다면 대안이 있다. 게임기나 컴퓨터로 만나보는 레이싱 게임들은 진짜 차를 운전하는 것 이상의 박진감을 선사한다.

◆게임이야? 시뮬레이터야?

자동차게임의 진수로 손꼽히는 것은 역시 일본 레이싱 시뮬레이션 개발 회사인 폴리포니 디지털이 일본 소니의 비디오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PS)'용으로 개발한 '그란 투리스모' 시리즈다. 1997년 첫 작품이 출시된 후 시리즈의 전세계 누계 판매량이 5000만장을 넘어선 대작이다.

이 게임은 실제 주행을 방불케 하는 사실감이 백미다. 레이스를 끝낸 후 자신의 주행모습을 촬영한 장면을 바라보면 마치 모터스포츠 중계를 시청하는 기분이 든다.

극단적으로 '리얼리티'를 강조한 ‘그란 투리스모’의 난이도는 매우 높은 편이지만 이 게임 마니아들에게는 이마저도 즐거운 도전이다. 수동모드로 게임 속 차를 운전할 경우 자칫 잘못하면 시동을 꺼뜨릴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그란 투리스모 시리즈'에서는 한국 자동차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란 투리스모4' 한국판에는 어울림모터스의 슈퍼카 '스피라', 현대자동차의 레이스 튜닝모델인 '클릭 타입R', '투스카니’ 등 총 9종의 한국차가 등장한다.

가장 최근작인 ‘그란 투리스모 5 프롤로그'에서는 최신기종인 PS3의 그래픽 성능을 최대한 활용해 마치 영화를 보는 기분을 준다. 페라리의 'F430', 닛산 'GT-R' 등 사실감 있게 표현된 38개 명차들을 마음껏 고르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10월에는 휴대용 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 포터블(PSP)'용도 출시됐다.

'그란 투리스모'가 사실감을 강조해 '운전 시뮬레이터'에 가깝다는 평을 듣는 반면, 일본 반다이남코가 제작한 '릿지 레이서 시리즈'는 조작이 어렵지 않고 게임 본연에 충실한 느낌을 준다. 특히 차 속도를 갑자기 높이는 '부스터' 기능은 게임 세계 속에서만 구현될 수 있는 요소다. PS3용인 '릿지 레이서 7'까지 나왔다.



◆현대차 '제네시스 쿠페'도 게임 속 등장

마이크로소프트가 자사 게임기 '엑스박스(XBOX) 360'용으로 개발, 지난 10월 출시한 게임 '포르자 모터스포츠3'는 등장하는 차종이 무려 400여개에 이른다.

업체 수로만 50개라는 다양한 차량을 고르다 보면 시간이 가는 줄 모른다. 게임 속 재현된 모습은 차체 외관뿐만 아니라 내부의 세세한 묘사까지 구현해 놀라움을 준다. 이들 차량은 게임 속에서 무한대에 가까운 튜닝이 가능해 자신만의 차를 만들 수 있다.

이 게임에는 현대차의 스포츠카 '제네시스 쿠페'도 등장, 화제를 모았다. 그란 투리스모처럼 한국판에만 등장하는 게 아닌 전세계에서 판매된 이 게임에 포함돼 해외 게이머들이 현대차를 쉽게 접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서울 도심 '고속 질주' 해 볼까?

40만원대의 PS3 등 고가의 게임기기를 갖추는 게 부담스러운 이용자들은 퍼스널컴퓨터(PC)를 통해 만날 수 있는 레이싱게임들을 주목할 만하다.

한국 게임업체 제이투엠소프트가 개발해 네오위즈게임즈가 지난 2006년부터 온라인 상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레이싱게임 '레이시티'의 무대는 서울 도심 한 복판이다. 실제 지형을 그대로 반영한 서울 청계천과 도곡동, 한남로 등을 '레이싱 트랙'으로 삼아 마음껏 달릴 수 있다.

현실에서든, 게임에서든 '고속 질주'를 즐기지 않는다면 아기자기한 레이싱 게임들로 눈을 돌릴 수 있다.

일본 닌텐도의 동작인식 게임기 '위(Wii)'를 기반으로 개발된 게임 '마리오카트'는 지난 1992년 닌텐도의 마스코트 '마리오'를 등장시킨 첫 시리즈가 나온 후 17년간 명맥을 이어왔다. 귀여운 캐릭터들이 등장, 서로 바나나를 집어던지고 물웅덩이를 뛰어넘는 등 만화적 상상을 표현한 게 특징이다.

한경닷컴 이진석 기자 ge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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