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률 더디게 하락..인플레이션 크게 걱정안해
금융안정.경기부양 위해 투입한 연준자금 전액회수 가능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은 미국 경제가 스스로 지속할 수 있는 회복궤도에 들어섰다고 선언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면서 미국 경제가 만만찮은 역풍에 맞닥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버냉키 의장은 7일 워싱턴 이코노믹 클럽에서 행한 연설에서 경기회복세가 스스로 지속해 나갈 것으로 확신하기까지는 아직 가야할 길이 남아 있다면서 섣부른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기회복이 적어도 내년까지는 계속될 것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으나 취약한 고용시장과 위축된 소비심리, 여전히 경색돼 있는 신용사정 등을 비롯해 만만찮은 역풍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회복의 가장 큰 걸림돌로 간주되는 실업사태에 관해 버냉키 의장은 "경제성장이 지속되면서 실업률도 하락해야 하지만 실업률이 떨어지는 속도는 기대했던 것보다는 훨씬 느릴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은 지난달 제시한 경기전망에서 현재 10.0%를 나타내고 있는 실업률이 내년에는 9.3∼9.7%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했으며 고용시장이 완전히 정상화되기까지는 5∼6년이 걸릴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인플레이션 문제에 관해 버냉키 의장은 연준이 시중에 상당한 유동성을 공급한 상태지만 현단계에서 인플레이션을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버냉키 의장의 이러한 내용의 연설은 이달 15∼16일 개최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정책금리를 계속 제로(0)수준으로 유지하면서 경기부양적인 통화정책을 고수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연설후 참석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버냉키 의장은 연준이 2008년초부터 지금까지 금융안정과 경기부양을 위해 시중에 공급한 자금을 상당한 이자와 함께 원금을 모두 회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버냉키 의장은 재무부가 관장한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TARP)에 따라 투입된 금융구제 자금의 경우 상당한 손실이 예상되지만 "연준이 투입한 자금은 납세자들에게 상당한 수입을 안겨주면서 모두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연준은 2008년초 대차대조표상에 총자산이 9천억달러 남짓이었으나 현재는 2조2천억달러로 급증한 상태인데, 이는 연준이 국채 또는 모기지채권 등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최근 2년 사이 1조3천억달러의 자금을 금융기관에 공급했음을 뜻한다.

버냉키 의장은 그러나 보험회사 AIG에 투입된 총 900억달러의 연준 자금이 전액 회수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으며 AIG 지원을 통해 초래된 일부 손실을 다른 부분의 수익을 통해 만회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워싱턴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s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