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는 2010년에 위안화 무역결제를 확대하고 외환관리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 또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 및 통화정책은 현행대로 유지하되 자산시장 거품 방지에 노력키로 했다. 중국은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9명의 정치국 상무위원 등 최고 지도자들이 모인 가운데 베이징에서 경제공작(운용)회의를 열고 내년 경제정책의 방향을 이같이 결정했다.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열린 이번 회의에선 △보호무역주의 반대와 내수 확대를 통한 소비 진작 △재정 · 통화정책 유지 및 자산 버블 방지 노력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외환제도 개선 △자주기술 적극 배양 △기업의 해외 진출 확대 등을 결의했다.

이와 함께 과잉생산을 막기 위한 투자조절에 나서는 한편 도시화를 촉진하기 위해 농민들의 도시 유입을 막는 호구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 또 곡물 수매가 최저 한도를 높이고 농산품 생산물가 안정을 유지하는 한편 새로 사업을 시작하는 농민에 대해 금융 및 재정지원을 단행하고 농촌지역에 대한 사회간접자본 시설을 늘리기로 했다. 중국 지도부는 특히 국내 기업들에 대해 해외 투자를 장려하고 해외 사업을 적극 확대하는 방향으로 유도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중국 정부의 싱크탱크인 사회과학원은 '2010년 경제백서'를 통해 내년 중국 경제의 특징을 '원허(溫和)'란 두 글자로 요약했다. 내년엔 투자 소비 수출이 모두 온화한 성장을 해 9.1%의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는 게 사회과학원의 예측이다. 올해 성장률은 8.3%로 연초 세운 목표(8%)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경제는 2003년부터 5년간 두 자릿수 성장을 해오다 지난해 9.0%로 밀리면서 성장세가 한풀 꺾인 상태다. 하지만 올 1분기 6.1%까지 떨어졌던 성장률이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힘입어 2분기와 3분기에 각각 7.9%와 8.9%를 기록하면서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사회과학원은 내년엔 투자가 다소 주춤해지는 대신 수출이 증가세로 돌아서고 소비 또한 꾸준히 늘어 온화한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투자 증가율은 23% 안팎으로 예측했다. 올해 전망치(32%)에 비해 둔화한 것이지만 비교적 높은 수준이라고 사회과학원은 분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무역은 내년에 증가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했다. 올 들어 10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20.5% 감소한 수출입 규모가 내년엔 17~18%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중국의 교역 증가는 한국 대만 등 대중 수출 의존도가 높은 나라의 경제에 호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내년 중국의 소비는 16% 증가,올해와 비슷한 수준의 성장세를 예상했다.

사회과학원은 내년 소비자물가가 2% 상승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공급 과잉 현상으로 단기간 내에 뚜렷한 인플레는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경기 회복 과정에서 수입 원자재가격 상승과 유동성 과잉에 따른 자산가격 상승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회과학원은 내년에도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적당히 느슨한 통화정책을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거시정책의 중점과 강도에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