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냉장고 소비전력 측정규격 일방적 제시
美 보호주의가 배경 분석도

LG전자가 미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LG전자 미국법인은 자사의 특정 냉장고 제품의 소비전력 측정 규격과 관련해 미 에너지부가 에너지 효율성이 높은 제품에 부착하는 '에너지스타' 라벨을 제거하라고 한 일방적인 조치를 중지시켜 줄 것을 요청하는 내용의 소송을 4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 지방법원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한국계 기업이 미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LG전자 관계자는 "미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하는 것은 처음"이라며 소송까지 이르게 된 답답한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제품은 LG전자가 업계 최초로 개발해 판매하고 있는 얼음 제조기가 냉장실에 있는 냉장고 3개 모델.
이 냉장고가 처음 나왔을 당시 새로운 기능에 대한 명확한 실험 평가 방법이 없어 2008년도 말 LG전자는 미 에너지부와 소비전력 측정 규격에 합의했다.

그러나 최근 미 에너지부는 사전고지나 의견 수렴 및 조정 절차 없이 새로운 소비전력 측정 규격을 제시하며 이를 맞추지 못하는 관련 제품에서 에너지스타 라벨을 내년 1월2일까지 제거하라고 통보해왔다고 LG전자 측은 설명했다.

에너지부는 당초 지난달 첫 통보 때는 15일 이내에 라벨을 제거하라고 했다가 LG전자가 그 근거를 문제삼고 나서자 그 기한을 연기하기는 했으나 업체로서는 도저히 시한을 맞출 수 없는 불가능한 일정이다.

LG전자는 일반적으로 새로운 규격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측정 방식을 일반에 공표하고 업계 내 의견 수렴 및 조정 절차를 거쳐 270일의 유예 기간을 주고 시행하도록 돼 있다며 관련법을 지키지 않은 채 사전 공표 없이 진행된 에너지부의 이번 조치로 인해 고객과 업계에 미치는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법에 호소하게 됐다고 밝혔다.

에너지부의 이번 조치와 관련해 미국의 보호주의가 그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미국 업체들이 고전하고 있는 냉장고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LG전자를 견제하기 위해 부시 전 정부때 합의한 내용을 무시하고 업체가 시한을 맞출 수 없는 새로운 규격을 일방적으로 제시해 에너지스타 라벨 제거라는 불이익을 주려한다는 분석이다.

LG전자는 에너지부가 적법한 절차에 따라 관련 법을 개정할 시에는 이를 따를 것이라며 이번에 회사와 고객을 보호하기 위해 법적인 대응 조치를 취하는 것 외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음을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뉴욕연합뉴스) 김현준 특파원 ju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