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도 한 달이 채 남지 않았다. 올 한 해 동안의 투자 결실을 따져보고,내년도 투자계획을 세울 시기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한가운데서 출발한 올해 증시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선전했다. 외국인들이 5년 만에 다시 '바이(Buy) 코리아'에 나서면서 코스피지수는 지난 9월 1700선을 회복하기도 했다. IT(정보기술) 자동차 철강 등 블루칩 위주의 장세가 펼쳐지면서 반등을 주도했고,우량주들이 쉬는 동안엔 내수주가 '키맞추기'에 나서면서 주가급락을 막았다. 지수가 다시 1600선을 가뿐히 넘어서면서 11월 말에 불거진 '두바이 쇼크'에서도 벗어나고 있다. 내년 이맘 때쯤 보다 풍성한 투자의 결실을 거두기 위해선 어떤 투자전략을 짜야 할까.
◆주가방향 전망은 엇갈려

내년도 증시에 영향을 미치게 될 주요 변수로는 한국뿐 아니라 미국 중국 등의 경기회복 강도와 환율 · 유가 움직임 등이 꼽힌다. 이들 변수에 따라 주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기업들의 실적이 좌우될 것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의 경기회복세가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올해 글로벌 증시 회복의 배경이 됐던 미국의 저금리 기조와 달러 약세 현상도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국의 경우 내년 경제성장률이 올해보다는 훨씬 양호한 4~5%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경기회복의 속도는 올해보다 다소 떨어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내년 코스피지수 흐름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대우증권과 대신증권 등은 지수가 내년 상반기에 고점을 찍고 하반기에 하락하는 '상고하저(上高下低)'의 형태를 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 대우증권은 내년 상반기에는 글로벌 경기회복과 저금리 지속 및 달러 약세에 따른 유동성 장세가 펼쳐지겠지만,하반기 들어 경기회복 강도가 약화되고 원자재가격과 금리 등 가격변수들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대신증권은 내년 2분기 쯤 중국 정부에서 '출구전략'을 시행할 가능성이 높고 이 충격으로 글로벌 증시가 하반기에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반면 우리투자증권과 IBK투자증권 등은 '상저하고(上低下高)'의 움직임을 예상하고 있다. 현재의 박스권 장세가 내년 상반기 정도까지 지속된 이후 하반기 들어 상승세로 전환할 것이란 전망이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내년도 세계 경제회복의 '방아쇠'는 미국의 '고용'과 '소비'가 될 것"이라며 "과거 경기회복기의 패턴에 비춰볼 때 고용은 향후 2~4개월,소비는 4~5개월 이내에 회복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강 팀장은 따라서 "한국 기업의 수출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미국의 고용과 소비지표가 내년 2분기나 3분기 정도에 회복될 것이기 때문에 이때부터 새로운 중기 상승 사이클이 시작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코스피 고점은 1850~2300

주요 증권사들이 내놓은 코스피지수 전망치 범위는 상 · 하단 모두 올해보다 높다. 대우증권은 내년 지수가 1410~1890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예상했고,우리투자증권은 1460~1920을 적정 범위로 제시했다. 대신증권 역시 1500~1850 범위 안에서 움직일 것으로 내다봤다.

주목할 만한 점은 외국계 증권사들은 국내 증권사보다 내년도 한국 증시를 더 밝게 보고 있다는 것이다. UBS증권은 최근 분석 보고서에서 내년도 코스피 목표지수 최고치를 기존의 1900에서 2000으로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는 지수가 2300선까지 상승할 수 있다며 한국시장에 대한 투자의견을 '시장평균'에서 '비중확대'로 상향조정했다.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외국인들이 증시 수급의 핵심 세력이 될 가능성이 높아 이들 외국계 증권사의 시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블루칩 주목하면서 내수주에도 관심을

내년에도 종목 간 수익률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그만큼 종목선택에 신중을 기하면서 세심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은 올해 우리 증시를 주도했던 대표 블루칩에 주목하라는 것이다. 강현철 팀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과정에서 설비투자와 연구개발을 통해 미래 성장 잠재력을 확보한 글로벌 리더 기업들에 대한 장기투자를 권유한다"고 말했다. 조윤남 대신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올해 한국증시의 주도주들은 1년짜리 투자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다"며 "미래성장에 대한 과도한 기대감 때문에 일시적 조정은 있겠지만 향후 수년간 이익성장과 함께 주가가 꾸준히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삼성전자 하이닉스 삼성SDI LG화학 현대차 현대모비스 등이 이런 종목들에 해당한다.

내년의 경우 경기회복세가 확대되는 국면에 진입하기 때문에 경기후행 업종인 소매 유통 보험 건설 등에 대한 투자도 유망하다는 지적이다. 우리투자증권은 이와 관련,현대백화점 GS건설 LIG손해보험 등을 추천했다.

은행업종의 경우 2010년 연간 이익모멘텀이 가장 돋보이기 때문에 주목할 만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신증권은 은행업종 최선호주로 KB금융을 제시했다. 인수합병(M&A) 재료가 있는 데다 이익 모멘텀도 업종 최고 수준을 보일 것이란 이유에서다.

중소형주에 대해 대우증권은 "올해와 마찬가지로 크게 주목받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지만 IT 관련주와 소재 관련주가 주목받을 것"이라며 아이피에스 이엔에프테크놀로지 이녹스 금화피에스시 유니드 서울마린 하림 한솔케미칼 등을 추천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