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한 · EU(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FTA)이 가서명되면서 사실상 한국과 유럽합중국 간 직통 경제고속도로가 개통됐다. 한국과 EU가 내년 중 발효를 목표로 하고 있는 한 · EU FTA는 한국경제 전반에 큰 파급효과를 미치는 사건이 될 전망이다.

우선 세계 최대의 단일 경제권인 EU와의 FTA는 한 · 미 FTA보다 국내 경제와 산업에 파급효과가 더 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EU의 관세인하 폭과 직접투자 규모가 미국을 크게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전자 섬유 부문에서 시장규모가 미국보다 더 크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실제 2001년부터 올 2분기까지 미국의 한국 투자는 4284건 230억달러 규모였던 반면 EU의 투자는 3213건 330억달러로 미국을 압도했다. 비농산물 평균 관세율도 EU가 3.8%로 미국(3.2%)보다 훨씬 높아 FTA에 따른 효과가 더욱 클 전망이다. 특히 EU의 관세 인하는 한국제품의 가격경쟁력을 높여 수출 증가로 이어지고,한국의 관세 인하는 교역 증가와 일본 제품에 대한 대체효과 작용을 해 대일무역 적자도 줄이는 선순환 효과가 기대된다.

이와 함께 한 · EU FTA는 EU의 한국투자를 활성화하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IBM컨설팅에 따르면 한 · EU FTA로 인해 외국인의 한국에 대한 직접투자(FDI)가 매년 10억~20억달러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다.

수출분야에선 현재 유럽시장 점유율이 4% 정도에 불과한 자동차 산업이 10%가 넘는 관세가 철폐되면서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선박과 휴대폰 등 무선통신기기도 큰 혜택이 기대된다. 특히 3세대 휴대폰의 경우 14%에 달하는 관세가 없어져 시장점유율 확대가 기대된다.

반면 정밀화학과 의약 고급자동차 산업기계 부품소재 등의 분야에선 유럽산 제품의 수입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낙농제품,돼지고기 등의 수입 증가로 축산업 분야의 타격도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한 · EU FTA에 따른 과실을 제대로 따먹기 위해선 무역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EU에 대한 수출제품을 다양화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한국의 EU수출은 대기업 중심의 특정품목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 선박 자동차 휴대폰 등 10대 품목 수출 의존도가 66.4%에 달하고,20대 품목으로 확대하면 비중이 75.6%까지 올라간다. 10대 수출품목이 차지하는 비중이 미국(37.4%),일본(39.7%),중국(33.9%)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편이다.

산업별로 살펴보면 정보기술(IT)이나 조선,자동차 등 수출경쟁력을 보유한 업종에선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수출확대전략을 추진해 시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가구나 조립금속,석유화학,섬유 등 분야에선 비용절감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