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기획재정위원회와 정무위원회가 한국은행법 개정안을 놓고 다시 정면 충돌했다.

최근 재정위가 법안소위에서 한국은행에 금융안정 기능과 금융기관에 대한 제한적 조사권을 부여하는 한은법 개정안을 통과시키자 한은법 개정에 부정적인 정무위가 3일 전체회의에서 '한은법 개정 관련 입법절차 시정요구 결의안'을 채택한 것이다.

결의안은 "재정위는 금융감독체계에 영향을 미치는 한은법 개정안 의결에 앞서 해당 내용을 소관하는 정무위에 의견을 조회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정무위는 한은과 금융감독원이 지난 9월 체결한 '정보공유 및 공동검사 양해각서(MOU)'에 한은의 조사권이 충분히 보장된 만큼 별도의 한은법 개정은 필요없다는 입장이다.

정무위는 또 결의안에서 지난 9월 중순 발의된 지급결제제도 감독법과 관련,소관 상임위를 결정할 것을 요구했다. 지급결제제도 감독법은 금융위원회에 결제제도 감독권을 부여하고 한은과 협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한은의 기능을 강화한 한은법 개정안에 대응해 맞불을 놓은 셈이다.

재정위는 불쾌한 반응이다. 재정위 관계자는 "재정위가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관계기관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토론을 거쳐 개정안을 소위에서 의결했다"며 "정무위가 이런 식으로 한은법 개정안에 제동을 거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재정위 소관인 한은과 정무위 소관인 금감원도 마찰을 빚고 있다. 금감원은 한은법 개정에 대해 금융위의 지급결제제도 총괄권을 침해한다며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개정안이 한은의 조사권을 포괄적으로 규정한 데다 제2금융권 조사권도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정위와 정무위가 연이어 충돌하자 한나라당도 입장 조율에 나섰다. 김성조 정책위의장은 "재정위와 정무위 입장이 엇갈리는 만큼 각 상임위 입장을 청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책위는 4일 두 상임위가 참석하는 회의를 열고 개정안과 관련된 의견을 모을 예정이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