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사태의 규모나 성격 등을 볼 때 그 국제적 파급력은 제한적이라고 영국의 경제지 파이낸셜 타임스(FT) 인터넷판이 2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1997년 태국 바트화 폭락이 아시아 전지역으로 번지고 국제적인 금융위기를 몰고 왔던 것처럼 두바이 사태의 파급력에 대해 투자자들과 경제 분석가들이 초조하게 지켜보고 있지만 시장의 반응을 보면 그렇지는 않다는 것이다.

1997~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와 비슷한 점들도 있고 진정한 영향이 가시화되려면 몇 개월을 더 지켜봐야 할지도 모르지만 규모와 성격 등을 볼 때 이번 사태는 파급효과가 제한적임을 보여준다고 FT는 분석했다.

이 신문은 두바이 사태와 아시아 금융위기의 유사점으로 인프라 및 산업투자를 위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해외로부터 많은 채무를 안고 있었던 점을 들었다.

또 아시아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정책 및 기업지배구조 일부에 대한 불투명성이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있는 점도 유사한 점으로 지적됐다.

외환위기 당시 한국에서도 정부가 문제 있는 대기업들의 부채를 지급보증해 줄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었으며 두바이에서도 정부가 공기업인 두바이월드를 지원해 줄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있다고 이 신문은 밝혔다.

이 신문은 그러나 규모와 두바이의 특이한 상황이 전염 효과를 진정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과거 아시아 국가들과는 달리 중동 국가들의 부채에 대해서는 석유 보유분이 담보돼 있기 때문에 이집트와 파키스탄처럼 일부 지역적인 영향이 나타나고 있지만 두바이에 직접적으로 연관된 기업이나 국가들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FT는 풀이했다.

또 국제금융시장 규모가 훨씬 작았던 1997년 당시 한국 은행들의 대외채무가 910억 달러, 기업들 대외채무도 610억 달러나 됐으나 두바이월드의 부채는 이보다 훨씬 작은 590억 달러여서 국제금융계에 미칠 충격도 작다.

더욱이 1997년 당시엔 아시아 국가들이 달러화로 빚을 지고 있는 상황에서 자국 통화 가치가 폭락해 부담이 가중됐었지만 두바이의 경우 이 같은 위험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FT는 "며칠 동안의 금융시장 거래를 보면 전세계적으로 신흥국가의 자산을 급히 처분하려는 움직임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면서 "한국의 주식.외환시장은 안정됐고 남미에서도 2001년 아르헨티나의 외환위기 당시와 달리 주가가 반전되는 등 시장이 차분한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런던연합뉴스) 이성한 특파원 ofcours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