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라토리엄(채무상환 유예)을 선언한 두바이월드와 6개 은행으로 구성된 채권단이 내주 만나 채무재조정 협상을 벌인다.채무재조정 협상 일정이 구체화되고 중동을 포함한 글로벌증시가 안정세를 보이면서 두바이발 쇼크는 진정 국면을 맞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2일 채권단이 6개 은행으로 위원회를 구성, 다음주 두바이월드측과 채무재조정 협상을 할 예정이라고 한 금융인의 말을 인용해 2일 보도했다.채권단 위원회는 에미리트 NBD, 아부다비상업은행 등 아랍에미리트(UAE) 은행 2곳과 스탠다드차타드 HSBC 로이드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 등 영국 은행 4곳으로 구성됐다고 전했다.

두바이월드가 채권단과 260억달러 규모의 채무재조정에 들어가면서 두바이사태가 큰 위기로까지는 확산되지 않을 것이란 기대가 형성되고 있다.카타르 종합주가지수 2일 5.3% 상승하는 등 중동지역 증시도 안정세를 찾아가는 분위기다.두바이와 아부다비 증시는 건국 기념일을 맞아 나흘 간 일정으로 이날 휴장에 들어갔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두바이 채무조정이 글로벌 은행이나 중동지역외 국가에 미칠 파장은 미미할 것”이라며 “글로벌 은행들의 신용등급을 조정할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 재무장관회의(유로그룹) 의장인 장 클로드 융커 룩셈부르크 총리는 “유럽 은행들의 노출이 한정돼 있어 두바이 사태의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한편 두바이월드측은 이날 성명을 통해 자사의 총 부채 규모가 당초 알려진 590억달러가 아니라 260억달러라고 주장했다.

이번 사태는 최근 몇년간 급성장해온 ‘이슬람 금융’의 시험대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샤리아(이슬람 율법)를 따르는 이슬람금융은 그동안 디폴트(채무불이행)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디폴트시 우선변제 순위 등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따라서 오는 14일 만기가 돌아오는 두바이월드의 자회사 나킬의 이슬람채권(수쿠크) 35억달러 어치가 디폴트에 빠질 경우 복잡한 법적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