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스템 개혁 안 끝났다"..국제통화 다양화 주장

"전 세계가 (감독과 규제를 강화하는) 유럽 대륙식 경제모델의 승리를 지켜봐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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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성장 위주의 영미식(英美式) 자본주의 경제시스템의 문제점을 줄곧 지적해 온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1일 남부 도시를 방문한 자리에서 연설을 통해 앵글로색슨식 경제모델이 금융위기를 야기했다고 거듭 비판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주요20개국(G20)이 경제위기에 직면해 금융계의 과도한 보너스 지급 관행과 조세피난처에 대한 규제에 나서는 등 전례없는 금융시스템 개혁을 추진했다"면서 "이 같은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유럽연합(EU) 역내시장 담당 집행위원에 미셸 바르니에 전(前) 프랑스 외교장관이 임명된 것과 관련해 "이는 유럽 대륙의 경제모델이 신뢰도가 추락한 앵글로색슨 모델을 압도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유럽의 시장정책과 금융을 총괄하는) EU 역내시장 담당 집행위원에 프랑스인이 처음으로 임명된 것이 나에게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지 알고 있느냐"면서 "나는 전 세계가 금융자본주의의 과잉과는 전혀 무관한 유럽 대륙식 경제모델이 승리하는 것을 목격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역내시장 집행위원 자리를 프랑스가 차지하면 EU의 금융규제 강화로 런던 금융지구의 경쟁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영국 측의 우려를 더욱 깊게 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영국의 금융계 인사들은 바르니에가 더욱 엄격한 금융 규제를 추진해 런던 금융지구의 희생을 강요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영미식 금융자본주의의 규제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EU 역내시장 집행위원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공을 들여왔다.

하지만 새로운 경제위기를 방지하기 위해 시장 및 금융정책을 총괄하게 될 바르니에는 영국은 물론 유럽전체의 성장에 도움을 주는 런던 금융지구(런던시티)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면서 영국 측의 우려를 불식시키는데 주력했다.

영국 금융감독청(FSA)의 아데어 터너 청장은 프랑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은 바르니에가 모든 국가, 유럽 전체의 이익을 위해 효율적인 규제를 강구할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영국의 희망사항을 에둘러 피력했다.

한편, 사르코지 대통령은 유럽의 산업이 현재와 같은 달러 약세 상황을 더 이상 견디기 힘들게 됐다면서 달러 단일기축통화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다극체제에 걸맞은 세계 통화.결제수단의 다양화 필요성을 역설했다.

(파리연합뉴스) 이명조 특파원 mingjo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