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등 금융회사가 금융위기 등으로 건전성이 악화했을 때 곧바로 자본으로 전환해 쓸 수 있는 역전환채권 도입이 검토된다. 또 금융당국이 금융산업에 큰 영향을 미치는 금융사를 선정해 감독을 강화하고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투기지역 지정에 관계없이 상시 적용하는 방안이 논의된다.

이는 금융감독원이 최근 만든 '위기 이후 금융감독 과제 보고서'(일명 한국판 터너리포트)에 나와 있는 주요 정책 과제다. 금융위원회는 연말께 이 보고서의 내용을 상당수 반영해 '금융위기 이후 중장기 정책과제'를 발표할 계획이다. 금융위는 금융연구원,자본시장연구원,보험연구원 등에도 관련 연구용역을 의뢰했으며 조만간 초안을 제출받아 본격적인 검토에 나선다.

◆자본 확충 쉽게


금감원은 금융사에 건전성 위기가 닥쳤을 때 자동으로 자본금을 확충할 수 있도록 역전환채권과 자본금보험,주주 마진콜 제도 등을 도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역전환채권은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일정 수준 밑으로 떨어졌을 때 자본금으로 전환하는 채권이다. 은행은 다른 채권에 비해 높은 금리를 지불하는 대신 위기상황에 대비한 안전장치를 갖는 셈이다.

자본금보험은 금융사가 영업이나 투자 손실에 따른 부실에 대비해 보험을 들고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부실이 발생했을 때 보험금을 받아 자본 확충에 쓰는 것이다. 주주 마진콜은 금융회사에 부실 징후가 있을 때 주주들이 자본 확충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금감원은 금융사가 불황기에 대출을 줄이고 호황기에는 대출을 늘리는 경기 순응성을 극복하기 위해 장기 평균 예상손실률에 근거해 충당금을 적립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건전성 감독 강화

금감원은 금융사의 자산 건전성 제고를 위해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DTI 규제를 투기지역 지정에 관계없이 할 수 있도록 감독 규정에 담는 방안도 제시했다. 부동산 대책의 일환이 아니라 금융회사 건전성 감독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 감독 규정상으로는 투기지역에 한해 DTI 규제를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금융당국이 '시스템상 중요한 금융회사(SIFIs)'를 지정,별도의 건전성 규제 기준을 적용하고 감독을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이들 금융회사에 대해서는 매년 종합검사를 한다. 금감원은 "주요국의 금융개혁 방안으로 시스템상 중요한 금융회사에 대한 감독이 강화될 예정이어서 우선 금융지주 그룹에 대한 자본 적정성의 질적 수준을 높이고 내부 통제 및 위험관리,경영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 등 감독 수준도 높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융사의 과도한 자산 확대를 막기 위한 레버리지 비율(위험 가중치를 고려하지 않는 자산으로 자본을 나눈 비율) 등 유동성 비율 규제도 강화한다. 소매예금과 일정 만기 이상의 도매예금을 합한 금액이 총 수신금액의 일정 수준이 되도록 하는 구조적 유동성 비율 규제 도입도 검토 중이다.

금감원은 또 고위험 상품에 대한 금융사의 무리한 투자 여부를 집중 점검하고 기업 분식회계 특별조사반,신종 증시 불공정거래 전담조사팀 편성도 검토하고 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