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의류 브랜드 홍수에도 거미줄 같은 전국 골목상권에서 30~50대 중년 여성들을 사로잡은 토종 패션기업이 있다. 외환위기 직후 '크로커다일 여성'으로 고가의 마담 브랜드와 저가 의류시장의 틈새를 파고들어 '여성 어덜트 캐주얼' 시장을 개척한 형지어패럴이 그 주인공이다. 형지어패럴은 크로커다일을 비롯해 '샤트렌''올리비아하슬러''라젤로' 등 중저가 여성복으로 10여년 만에 전국 880개 매장에서 올해 54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형지어패럴은 1일 회사 성장세에 걸맞게 사명을 '패션그룹형지'(로고)로 바꾸고,2년 뒤인 2011년 매출 1조원의 종합 패션그룹으로 도약을 선포했다. 최병오 회장(56 · 사진)은 "글로벌 SPA(생산 · 직매) 브랜드에 맞서는 대등한 시스템과 경쟁력을 갖추고 3050세대를 선도하는 대표적인 패션기업이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골목상권 장악한 여성 어덜트 캐주얼

최 회장은 '동대문 출신' 기업인이다. 20년간 동대문 의류시장에서 쌓아 온 경험을 토대로 1996년 싱가포르 여성복 브랜드 '크로커다일'의 라이선스를 얻어 '크로커다일 여성'으로 브랜드 의류사업에 뛰어들었다. 초기에는 프랑스 '라코스테'와 악어 로고가 겹치는 바람에 '짝퉁'이란 오명으로 반응이 좋지 못했다. 그러나 2002년 '아줌마도 멋쟁이가 될 수 있다'는 모토와 함께 톱스타 송윤아를 모델로 기용,'여성 어덜트 캐주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지난해 여성복 단일 브랜드로는 최대인 매출 3000억원을 돌파했다.

◆동네상권 집중 공략

형지의 성장비결은 대로변을 선호하는 다른 패션 매장들과 달리 주부들이 자주 오가는 동네상권을 집중 공략한 점이다. 통상 패션업계에선 가두점 300개를 포화상태로 보지만 크로커다일 여성은 B급 골목상권을 거미줄처럼 장악해 420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 같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형지는 2006년 샤트렌,2007년 올리비아하슬러,지난해 라젤로 등 여성복을 해마다 선보였다.

특히 올리비아하슬러는 론칭 100일 만에 100개 매장을 확보했을 정도로 브랜드마다 대리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브랜드별로 급변하는 트렌드와 '미시' 고객들의 체형에 맞는 디자인과 고품질,저렴한 가격을 제시하는 것은 물론 송윤아,이미연,박진희 등 톱스타 모델로 아줌마 고객층을 사로잡았다.

◆남성복,아웃도어까지 제2 도약

이 같은 급성장으로 형지는 중저가 의류업체들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떠올랐다. 최근 2~3년 사이 유사 브랜드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형지는 여성 어덜트 캐주얼 시장의 40%를 점유할 만큼 독보적이다. 올해 5000억원의 매출을 돌파한 자신감으로 회사명에 '패션그룹'을 넣고 2년 뒤 매출 1조원의 비전을 내놓게 된 것이다.

형지는 이를 위해 아줌마 고객에 이어 올해 남성복 '아날도바시니'를 내놓고 '아저씨' 고객몰이에 나섰다. 한류스타 배용준을 모델로 기용,일본인 관광객까지 끌어모으며 출시 첫해에 80개 매장에서 200억원의 매출을 바라보고 있다. 내년에는 이탈리아 라이선스 브랜드 '와일드로즈'로 아웃도어 시장까지 세력을 확장할 계획이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