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현지시간) 저녁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의 로시우 광장.수만명의 관중들이 운집한 가운데 다채로운 불꽃놀이 축제가 열렸다. 바로 리스본의 이름을 딴 EU(유럽연합)의 '미니헌법' 리스본조약의 발효를 축하하는 기념 행사다.

파란 바탕에 12개의 노란색 별이 수놓아진 EU기가 게양되자 관중들은 일제히 축포와 샴페인을 터뜨리고 환호성을 내질렀다. '잘 놀기'로 유명한 포르투갈 사람들은 이날 모두 축제 분위기에 흠뻑 빠졌다. 각국에서 몰려든 관광객들도 EU합중국의 탄생을 지켜보며 박수갈채를 보냈다. 리스본조약 초안은 2007년 이곳에 모인 유럽 정상들에 의해 공식 서명됐다.

이날 행사장에서 만난 포르투갈 시민인 피구에레도씨는 "로마제국의 부활이 현실로 다가왔다"며 "이제 정말 하나의 유럽이 된 것 같다"고 들뜬 어조로 말했다.

영국인 관광객 케이트 에드워즈씨는 "8년여간의 긴 세월 동안 공들인 리스본조약을 통해 유럽이 경제통합에 이어 정치통합에 한발짝 다가갔다"며 축하의 메시지를 전했다. 리스본조약은 EU의 권한 확대와 비효율성 제거를 위해 2003년 마련된 유럽헌법조약에 토대를 두고 있다.

리스본에서 이날 오후에 열린 리스본조약 발효 공식행사에서는 'EU대통령'(상임의장)으로 뽑힌 헤르만 판 롬파위 전 벨기에 총리가 축하 연설을 했다. 그는 "리스본조약 발효를 축하하며 성공적인 이행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캐서린 애슈턴 EU외교대표와 주제 마누엘 바로수 EU집행위원장,EU 순번의장국인 스웨덴의 프레드릭 레인펠트 총리 등도 기념행사에 참석해 유럽합중국의 본격 출범을 축하했다.

리스본조약 발효로 한층 권한이 강화된 유럽의회의 예르지 부제크 의장(폴란드)은 "유럽 민주주의의 새 시대가 열렸다"며 "리스본조약을 통해 유럽 의회의 의사결정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바꾸고 EU 통치체제의 효율성을 크게 개선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브뤼셀 유럽정치연구소의 다니엘 그로스 애널리스트는 "유럽이 G2(미국과 중국)에 대항할 새로운 글로벌 중심축으로 본격 등장하게 됐다"며 "리스본조약 발효는 혁명적이진 않더라도 EU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했다.

리스본(포르투갈)=이상은/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