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의 세미나..경제성장률 5%대 전망

내년 우리 정부가 거시경제 정책에서 확장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여전히 대세를 이루고 있다.

대내외 실물지표가 개선되고 경기회복 기대감도 확산되고 있지만 향후 세계경제가 견고한 회복세를 나타낼 때까지는 재정과 통화정책에서 확대기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오석 한국개발연구원 원장은 1일 대한상의가 주최한 '2010년 대내외 경제전망과 기업의 대응 세미나'에서 주제 발표를 통해 "정책 당국은 대외경제 여건의 하방 위험에 대비하면서 확장적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 원장은 아울러 "한시적인 대책에 대해서는 실효성을 점검하고 주택 시장 등 자산시장 상황에 대해서는 면밀히 점검해 나가야 한다"며 "확장 기조와 함께 경기 상황에 맞는 신축적 대응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 원장은 "금리 수준은 당분간 낮게 유지될 것이고 이는 소비와 투자 회복에 상당 수준 기여할 것"이라며 "생산 역시 재고조정이 거의 마무리된 만큼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 경제가 안은 문제점에 대해 그는 "금융 부문 취약성이 잔존하는 등 불확실성이 지속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구체적인 예로 자산시장 버블 및 기업부채 확대 가능성을 들었다.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은 5%대로 전망했고, 취업자 수는 매우 완만히 개선될 것으로 보았다.

이어 세계경제 전망에 대해 주제발표에 나선 채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은 내년 세계경제에서 주요 이슈는 "세계 무역 불균형 조정"이라고 밝히고, "이 과정에서 선진국과 개도국 간 적지 않은 이견 표출이 예상되고, G20 의장국인 우리나라는 이를 조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채 원장은 세계 경제가 향후 견고한 회복세를 나타낼 때까지는 주요국들이 재정·통화 부문에서 확대기조 유지를 위해 공조해야 하며, 출구전략도 국가 간 도입 시점의 차이가 있겠으나 국제적인 시행순서를 만들어 공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세계 경제의 확실한 경기회복 동력이 마련되지 못한 상태에서 각국이 긴축정책을 펼 경우 자칫 더블딥(Double-dip)이 발생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경고했다.

기업 대응방안에 대해서는 해외 경기회복 속도와 양태가 시장별로 다른 만큼 각 시장에 따른 차별적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며, 세계경기 회복 둔화에 따른 수출 하락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내수의 비중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토론자로 나선 김재천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일부에서는 글로벌 경제의 더블딥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으나 리먼 사태와 같은 대형 금융 충격이 발생하거나 민간 부문의 자생적 성장동력이 상당기간 회복되지 못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현재로서는 그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그는 그러나 "향후 세계 경제의 회복력이 강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각국 기업의 혁신 노력과 함께 정부와 중앙은행의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노대래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소비·투자 활성화, 일자리 대책의 실효성 점검 등을 통해 민간 주도의 자생적 회복을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노 차관보는 "물가와 자산 가격이 안정된 가운데 투자와 고용이 촉진될 수 있도록 확장적 정책 기조를 유지하되, 이런 기조는 경기상황 등에 부합하도록 분야별로 적기에 정상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부 자산시장의 불안 소지에 대해서는 "미시적 수단으로 적극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본부장은 현재 우리 경제에 대내외적으로 여러 불안정한 요인들이 산적해 있어 향후 지속적인 경기회복을 낙관하기만은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불안요인들에 대비한 정책대응으로 그는 신중한 출구전략 추진을 가장 먼저 꼽았으며, 이를 통해 가계부실 위험을 억제하고 부동산 시장의 급속한 침체를 예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병삼 연세대 교수는 "현재 선진국 소비는 서서히 회복되고 있으나 저축률도 높아짐에 따라 선진국의 재고회전이 예전과 같은 속도를 나타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선진국 재고조정 속도의 하락과 환율 조정으로 내년도 신흥국의 수출신장세는 둔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광두 서강대 교수가 사회를 맡은 이날 행사에는 150여 명의 기업인들이 참석해 내년 경제전망에 대해 큰 관심을 보였다.

(서울연합뉴스) 권혁창 기자 fai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