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 약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어떤 형태의 통화 시스템이 세계 경제에 가장 적합한지 대안 모색이 절실하다고 미국 예일대 경영대학원 제프리 가튼 교수가 주장했다.

가튼 교수는 30일 영국 경제 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스(FT)에 `약(弱)달러 세계를 준비해야 한다'는 기고문을 통해 "달러화가 중심이 됐던 국제 화폐 시스템의 대안이 절박하다"며 "이는 유로화, 엔화, 위안화,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을 포함하는 여러 통화들로 구성된 체제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체제를 고안하는 데에는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라며 "미국의 팀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대중의 관심을 피하고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을 수 있는 시기인 성탄절과 새해 1월1일 사이에 영국, 유로존, 일본, 중국 재무장관을 만나 이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최근 금융위기에 따른 가장 중요한 구조적인 변화는 미국 재정적자와 부채가 엄청나게 증가했다는 것과 서양에서 동양으로 경제력이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미국의 순대외채무는 지난해 3배나 늘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미국 정부가 이에 대처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더 많은 달러화를 찍어내 달러화로 부담하는 채무를 떨어뜨리고 결국 국가 간 통화가치에 대한 관계를 바꿔 달러를 엄청날 정도로 약세로 만드는 것이라고 가튼 교수는 말했다.

그는 "지난 반세기 이상 세계 경제의 중심에 서 있던 미국 달러화지만 가치 하락이 급격히 진행될 것이 확실하다"며 "이로 인해 국가들 간의 경쟁적인 평가절하가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약달러로 인해 미국의 해외 수입품 가격이 올라 미국에 인플레이션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고 미국의 정치적 영향력과 위신이 약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가튼 교수는 또 향후 10년 간 아시아의 신흥국가들이 미국 보다 2배, 유럽연합(EU) 보다 3배나 빨리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인도,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은 주요 선진국으로의 수출은 줄어드는 반면 아시아 국가들 간 무역은 늘어나 달러화 이외의 통화조달이 필요할 것이라며 "아시아 통화들은 달러화 대비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가튼 교수는 현재 예일대 경영대학원에서 국제 무역 및 금융을 담당하고 있는 경제 전문가로 미 행정부의 경제.외교 분야에서도 일한 적이 있다.

(런던연합뉴스) 이성한 특파원 ofcours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