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다비가 두바이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압박하고 있다. 두바이가 무너지도록 내버려두지 않겠지만 자산 매각 등 구조조정 없이 무조건적 지원은 않겠다는 것이다.

아랍에미리트(UAE) 중앙은행은 29일 자국 및 외국계 은행 지점에 대한 유동성 지원 창구를 개설,은행들이 '이보(EIBOR · UAE 내 은행 간 금리)'에 0.5%포인트를 더한 금리로 자금을 대출받을 수 있도록 승인했다. 하지만 두바이를 지원하겠다는 세부 언급은 없었으며 대출 규모와 기간 등 구체적 내용도 공개하지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UAE 중앙은행이 금융 부문의 충격은 흡수하겠지만 두바이를 적극 지원한다는 의사를 밝히지 않아 두바이와 아부다비 간 갈등이 불거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아부다비는 두바이의 알짜 자산 매각을 촉구했다. 이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두바이를 지원하겠다는 복안이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퇴역 초호화 유람선인 퀸엘리자베스 2호,턴베리 골프장 등 두바이의 주요 자산이 매각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두바이월드 관계자는 "압박에 떠밀려 자산을 매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바이 정부는 두바이월드와 자회사 나킬의 채무상황과 관련한 상세 정보를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사업 부문별 부채 규모와 각국 기업의 채권 보유 및 미수금 현황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구체적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을 키웠다는 지적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나킬은 이날 나스닥에 상장한 이슬람 채권 거래를 중단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슬람 명절인 4일간의 '이드 알-아드하' 연휴를 끝내고 이날 개장한 두바이 증시는 장 초반 5.87% 떨어졌으며 아부다비 증시도 7.11% 급락했다.

한편 유로회의 의장인 융커 룩셈부르크 총리 겸 재무장관은 이날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에서는 어떤 디폴트(채무 불이행)도 없다고 본다"며 "두바이와 같은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주위의 우려를 차단했다. 홍콩의 인터넷 사이트인 홍콩경제만은 두바이 쇼크가 중국의 중동 수출에 차질을 줄 것으로 우려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