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억弗 아파트형 크루즈선 국내 첫 수주
내년 상반기 본계약..2013년 인도

삼성중공업이 국내 조선업계에 크루즈선 건조시대를 열었다.

삼성중공업은 미국의 크루즈선사인 유토피아사(社)가 실시한 11억 달러 규모의 크루즈선(10만t급) 건조 입찰에서 단독으로 계약대상자에 선정됐다고 30일 밝혔다.

유럽 조선업체들의 독무대였던 크루즈선 건조에 국내 업체가 진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29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유토피아사와 건조를 위한 기본계약을 맺었으며, 향후 선주와 함께 기본설계를 마친 뒤 본계약은 내년 상반기 중 체결한다.

선주사 인도는 2013년으로 예상된다.

삼성중공업이 건조하는 크루즈선은 조선과 건축 기술이 복합된 최고급 '아파트형 크루즈선'이라는 신개념 선박이다.

기존 크루즈선이 통상 10일 안팎의 단기여행객을 대상으로 운항하는데 비해 '아파트형'은 장기 휴양 목적의 해상별장으로 개인에게 객실을 분양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는 일반 관광객이 아닌 소수의 부호들을 대상으로 하는 크루즈선으로, 통상 월드컵, 올림픽, 칸영화제 등 세계적인 빅이벤트가 열리는 국가에 수개월씩 정박한다.

보통 크루즈선의 객실 면적은 23㎡(7평) 규모지만 이 배는 호텔형 객실 204실 외에도 132(40평)∼594㎡(180평)대의 아파트 200개실로 구성되며, 아파트마다 2∼3개의 침실과 주방, 거실, 초고속인터넷, 바 등 육상의 호화주택과 똑같은 시설이 설치된다.

또 동급 크루즈선이 보통 3천여명의 승객을 탑승시키는데 비해 이 크루즈선의 거주인력은 900명으로 한정돼 좀더 쾌적한 휴양이 가능하며, 고객들이 각자의 취향에 맞춰 객실 리모델링도 할 수 있다.

삼성중공업은 한국 조선업계의 숙원 사업이던 크루즈선 시장 진입의 비결로 13년간에 걸친 치밀한 준비와 주상복합인 타워팰리스, 쉐르빌 및 최고급 타운하우스인 라폴리움 등을 통해 축적된 건축 부문의 노하우가 시너지를 발휘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크루즈선은 매년 전 세계적으로 13척(120억달러) 이상 발주되는 시장으로, 벌크선, 유조선 등 상선 분야에서 중국의 추격이 가속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이는 국내 조선업계가 반드시 개척해야 할 시장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스웨덴에서 발행하는 여객선 전문지인 십팩스 인포메이션(ShipPax Information)은 작년 전세계 크루즈선 승객은 2천만 명으로,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매년 6%씩 성장하고 있으며, 중국, 인도 등지의 신흥부호 증가에 따라 앞으로도 6.5% 이상씩 꾸준히 확대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삼성중공업 김징완 부회장은 "한국 조선업계가 진정한 세계 1위의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크루즈선 시장진출이 필수적"이라며 "이번 아파트형 크루즈선을 세계가 놀랄 명품선박으로 건조해 한국 조선업계가 재도약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권혁창 기자 fai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