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입찰참가 업체에 피해 배상해야"

LG패션이 광고대행사 입찰에 참여한 업체에 부당하게 피해를 준 만큼 해당 업체에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광고대행사가 광고주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낸 것은 이례적으로, 철저하게 `갑'과 `을'의 입장이 유지되는 양측의 관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5단독 장경식 판사는 다국적 광고대행사 ㈜TBWA코리아가 ㈜LG패션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3천29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30일 밝혔다.

재판부는 "LG패션 직원이 경쟁업체인 L베스트가 탈락한 것처럼 얘기하며 추가 광고시안을 요구해 원고는 사실상 자신이 입찰자로 내정됐다고 믿고 광고시안을 제작했다"며 "그러나 결국 L베스트가 입찰자로 선정돼 원고에게 피해가 발생한 만큼 LG패션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다만 "원고로서도 LG패션 직원의 말이 개인적인 의견일 수 있고 다른 업체가 최종 선정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한 과실이 있는 만큼 피고의 책임을 70%로 제한한다"고 설명했다.

TBWA는 지난해 6월 LG패션으로부터 대표적 등산복 브랜드인 `라푸마'의 TV광고를 맡을 광고대행사 선정입찰에 참여해줄 것을 요청받고 광고시안 등을 제작해 LG패션 간부 앞에서 프리젠테이션을 했다.

TBWA는 이후 "L베스트는 올라가지 못할 것 같다.

반응이 가장 좋으니 동영상 형태로 만들어달라"는 LG패션 직원의 요청애 따라 추가로 4천700만원을 들여 영상물을 제작했지만 최종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L베스트에 밀려 탈락하게 되자 소송을 냈다.

L베스트는 LG그룹 구본무 회장의 사촌동생이 설립한 회사로 2007년 설립 이후 LG생활건강과 LG전자 광고를 담당하는 등 LG그룹의 광고경쟁 입찰절차에서 우위를 점해온 것으로 업계에 알려져 있다.

재판부는 "`을'의 위치인 광고대행사가 `갑'의 위치에 있는 광고주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는 것 자체가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이번 판결은 광고주 중심으로 운영되는 광고업계의 불공정 경쟁 관행에 경종을 울릴 수 있을 것"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서울연합뉴스) 이한승 기자 jesus786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