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경기회복과 함께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올해보다 10% 이상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산업은행은 최근 국내 2576개 주요 기업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내년 기업 설비투자 규모가 올해보다 12.2% 늘어난 95조1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고 29일 발표했다. 올해 증가율은 마이너스 4.4%로 추정됐다.

부문별로는 제조업이 올해 15.5% 감소에서 내년에 10.0%의 증가세로 전환되고,비제조업은 건설 유통 등의 투자 호조로 올해 11.3%에 이어 내년에도 14.5% 증가할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 분야별로는 통신기기,LCD(액정표시장치)에 대한 공격적 투자와 반도체부문의 투자회복이 예상되는 IT(정보기술)산업이 내년에 17.8% 증가하면서 투자확대를 주도할 것으로 예상됐다. 자동차,석유화학도 투자가 올해보다 대폭 늘어나는 반면 철강,조선,기계분야는 올해보다 투자 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조사됐다.

비제조업에서는 4대강 사업 등 경기부양책에 힘입어 건설업이 57.4%의 기록적인 증가를 보이고,전기 · 가스분야도 원자력 화력 등 발전설비 증가와 청정에너지 수요증대에 따른 LNG 공급 확대로 올해보다 투자가 14.5% 늘어날 전망이다.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의 경우 올해 마이너스에서 내년에 증가세(11.2%)로 반전하겠지만 중소기업은 올해(-8.6%)에 이어 내년에도 감소세(-7.3%)가 이어지면서 투자위축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측됐다. 또 내수기업은 건설과 전기 · 가스,석유정제업의 주도로 8.9% 증가하고,수출기업 투자는 IT산업을 중심으로 올해 30.1% 감소에서 내년에 10.8% 증가세로 반전될 전망이다.

산은은 내년도 투자가 증가세로 돌아서겠지만 제조업의 투자 규모가 2008년 수준에 크게 못 미치고,투자자금의 84% 가까이를 내부자금으로 조달키로 하는 등 아직도 보수적 투자성향이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경기악화에 따른 수요 부진의 영향을 크게 받는 중소기업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투자 감소세가 지속될 것으로 나타나는 등 기업 규모에 따른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승호 산은 경제연구소 팀장은 "투자심리의 본격적인 회복을 기대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며 "부품소재산업 육성을 통해 중소기업의 설비투자를 진작할 수 있는 여건이 지속적으로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