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타격 미미..간접 영향이 관건

두바이발 쇼크로 지난 27일 국내 금융시장이 휘청거리면서 이번 두바이 악재가 우리 경제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바이가 채무상환 유예 신청을 한 첫날보다 오히려 둘째 날에 국내 금융시장이 더 큰 영향을 받은 만큼 시간이 지나면서 파급이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직접적 투자손실은 물론이고 유럽금융시장 충격 등 간접적인 영향도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아 일부에서 우려하는 대로 제2의 글로벌 위기에 견주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라는 지적이다.

29일 기획재정부와 전문 연구기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아직까지 두바이 쇼크와 관련, 상황을 예의주시한다는 입장이다.

이런저런 추측들이 나오긴 하지만 두바이의 전체 경제규모상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낙관하지만 투자국들의 일시적인 자금경색이 글로벌 시장 전체의 불안정성을 높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직접 손실 미미, 간접영향 주시
우리 건설업체나 금융기관들이 두바이에 투자하거나 사업에 참여한 규모는 두바이 전체로 봐서 8천800만 달러. 두바이를 포함한 아랍에미리트(UAE)는 2억2천100만 달러다.

이번에 문제가 된 두바이 월드에 대한 것만 보면 3천200만 달러다.

우리나라가 전세계에 갖고 있는 익스포저는 528억 달러 수준으로 두바이 쇼크가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 되지 않는다.

익스포저는 대출금, 유가증권, 지급보증 등을 모두 합한 개념이다.

이 때문에 두바이발 악재가 터진 전날 우리 증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전문가들이 걱정하는 것은 간접충격 부분이다.

두바이에 투자한 국가들이 자금을 회수하지 못해 자금경색이 일어나면 쪼들리는 자금을 해결하기 위해 급히 처분할 수 있는 자산을 팔게 되고 이 경우 취약한 구조를 가진 국가의 시장이 타격을 받아 금융위기 때와 유사한 상황이 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두바이의 채무상환 유예신청 하루 뒤 유럽 금융기관들이 두바이에 대한 투자가 많아 손실이 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이로 인해 유럽 증시가 폭락하면서 국내 금융시장에도 한파가 몰아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루어졌다.

미국의 경우 마침 추수감사절 휴가로 증시가 열리지 않았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충격을 받았을지 가늠하기 어렵다.

이처럼 두바이쇼크는 아직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상태지만 일반적인 분석은 두바이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크지 않아 설령 두바이월드가 파산에까지 이르더라도 제2의 금융위기를 거론할 정도로 심각한 위기를 몰고 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오늘날 금융은 세계적으로 맞물려 있기 때문에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면서 "하지만 두바이에 투자한 자금은 세계적으로도 크지 않기 때문에 리먼 사태 때와는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두바이 건은 갑자기 터진 것도 아니고 그동안 말들이 계속 나왔던 것이기 때문에 잠복해 있는 것보다는 털고 넘어간다는 측면에서 오히려 긍정적인 면도 있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단기충격 그칠 것" VS "생각보다 충격 클 것"
두바이월드의 채무 상환 유예 요청을 채권단이 수용하면 전세계적인 피해는 미미한 수준에서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악영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우선은 유예요청을 받은 채권단에 포진해 있는 아부다비 상업은행, 에미리트 NBD PJSC 등 UAE 금융기관들이 자국 보호를 위해서라도 유예요청을 수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예측이 나온다.

7개 자치정부가 연방 형태로 이루고 있는 UAE지만 강력한 통치체제로 경제발전을 구가하는 와중에 불거진 이번 사태를 인근 구성국들이 아예 외면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것이다.

두바이의 경우 원유가 거의 나지 않지만 UAE 수도인 아부다비는 전세계 원유매장량 3위의 산유국으로 뜻이 있으면 충분히 도울수 있다는 점, 또 두바이가 세계가 놀랄만한 개발계획을 통해 관광강국으로 부상함으로써 UAE를 단순한 산유국이 아닌 중동지역 허브국가로 도약시키고 있다는 점 등이 긍정적인 결과를 예측하게 하는 점이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유정석 수석연구원은 "투자자들이 이번 사태의 불확실성 때문에 동요를 많이 한 것 같다"면서 "규모 면에서 아이슬란드나 동유럽 사태와 비교해 미미한 수준으로 국제금융시장에 대한 영향은 단기적으로 마무리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번주는 이슬람국가들의 축제기간으로 정부 차원의 지원조치가 있기 힘들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서는 일단 현금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증시의 자금이탈 현상이 나타났다"면서 "시장 조정이 마무리되고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자금은 다시 금융시장으로 유입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반면 투자심리는 당분간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경제연구본부장은 "이번 쇼크가 다른 국가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각국 재정정책의 효력이 떨어지면서 잠재돼 있던 요인이 불거져 나와 진통이 나타나는 것 같다.

성급한 출구전략을 시행할 경우 상황이 나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주종국 정준영 류지복 기자 sat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