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형.오늘은 마흔여섯 번째를 맞는 '무역의 날'입니다. 1964년 수출 1억달러 달성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한 뜻 깊은 날을 맞아 형을 생각하며 이 글을 씁니다.

2009년은 형의 마음고생이 그 어느 때보다 심했던 한 해였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세계경기가 위축되면서 그간 짜놓은 경영전략을 여러 차례 수정해야 했습니다. 작년 하반기부터 해외 바이어의 발길이 줄어들면서 해외영업은 내리막을 탔고 그 여파로 자금사정도 빠듯해졌습니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형의 노고가 컸기에 우리는 겨울로 향하는 이 시간에도 훈훈한 소식을 접하고 있습니다. 연말까지 수출이 3620억달러로 작년보다 14.2%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는데,경쟁국보다 감소폭이 훨씬 작아 국가별 수출 순위에서 대망의 10위권에 진입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무역수지 흑자는 역대 최고인 400억달러로,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의 390억달러를 넘어서는 것은 물론 처음으로 일본을 앞지를 것이 확실시되고 있습니다.

E형! 우리 경제는 빠르게 회복되고 있습니다. 최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내년 한국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를 4.4%로 상향 조정하는 등 너도나도 밝게 보고 있습니다. 형이 경제 성장의 견인차로서 제 역할을 해주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형이 인고의 세월을 보내는 동안 무역협회를 비롯한 수출지원 기관들도 바쁘게 움직였습니다. 무역 현장의 애로를 귀담아 듣고 해소하기 위해 무역현장 119지원단을 가동해 1만여개 중소기업을 방문했습니다. 무역기금을 늘리고 상생협력펀드를 새로 조성해 자금난 해소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했습니다. 만성적인 무역적자를 기록 중인 일본과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바탕으로 고성장을 이어가는 중국 내수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시장개척단을 보내고 물류거점을 마련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우리 모두는 경제가 회복될수록 형이 흘린 땀 냄새를 진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척박한 경영환경 속에서도 묵묵히 제품 개발과 시장 개척에 전념한 형이야말로 '무역의 날'의 진정한 주인공이란 사실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앞으로 세계경제에 훈풍이 불어줄 것으로 기대된다는 점입니다. 최근에 만나본 해외 바이어들도 앞으로 판매경기가 점차 좋아지고,따라서 우리 상품을 좀 더 많이 사갈 의사가 있음을 밝혔습니다. 형의 수고가 보답받을 날도 멀지 않은 것 같습니다.

E형!지금 우리는 새로운 희망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형이 앞장서 주십시오.최근 무역협회가 세계적인 기업 간 전자상거래 사이트와 공동 개최한 상담회가 큰 성과를 낸 데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온라인 무역에 관심을 가져 주십시오.

경제위기 이후를 대비해 인도나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새로운 해외마케팅 전략을 수립,실행해 주십시오.내년 11월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활성화될 '코리아 프리미엄'을 경쟁력 확보의 계기로 삼아 주십시오.제조업 일변도의 전략에서 벗어나 문화콘텐츠,의료관광,프랜차이즈같은 전략 서비스의 수출 산업화에 힘써 주십시오.우리도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돕겠습니다.

사랑하는 E형!형이 밤새워 보여주던 미래에의 멋진 꿈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습니다. 그 소망이 하루라도 빨리 이뤄져 환한 얼굴로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깊어지는 이 겨울에,형의 건승을 기원하며 이만 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