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가 부도를 낼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마천루 빌딩과 인공섬으로 천지개벽을 꿈꾸던 두바이의 계획이 무모하다고 생각했으나 오일 달러가 든든히 받쳐주고 있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이 부실화될 가능성,동유럽의 국가들이 줄도산할 것이라는 우려 등은 많았지만 석유가 넘쳐나는 중동의 심장부에서 일이 터질 줄은 몰랐습니다.

돌이켜보면 두바이는 2000년대 글로벌 과잉유동성의 혜택을 가장 많이 본 곳 입니다. 부동산 개발 바람을 타면서 가격이 급등하고 외부에서 자본이 끊임없이 흘러들어왔습니다. 중동의 사막이 최첨단 도시로 탈바꿈하는 것을 직접 보기 위해 한국에서도 수많은 사람들이 찾았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져도 그곳은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예상하고 대비할 수 있다면 더 이상 위험이 아니듯이,언제나 우리가 예측하지 못하는 곳에서 위기는 터집니다. 그래서 그 충격은 실제 이상으로 과장되고 공포가 지배하게 됩니다. 지난주말 코스피지수가 75포인트나 폭락하고 원 · 달러 환율이 20원이나 급등한 것은 우리가 이번 사태를 전혀 예측하지 못했고 대비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이번 사태로 우리는 두 가지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위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전 세계 주요국들의 공조로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여진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만들어낸 새로운 지형에 익숙지 않고,위험요인들이 어디에 도사리고 있는지 잘 모릅니다.

둘째는 '우리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위기가 터지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예측범위를 넘어선 곳에서 위기가 터진다고 해서 '패닉'에 빠져들어서는 안 됩니다. 두바이 사태가 얼마나 지속될지,시장에 어떤 충격을 가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주식을 팔아치우면 큰 손해를 볼 수 있습니다. 어차피 불확실성을 제거할 수 없다면 그것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투자자들은 불확실성을 껴안고 가야 하는 것이 숙명입니다. 공포의 시선으로만 볼 까닭은 없습니다.

현승윤 금융팀장 n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