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전설적 펀드매니저인 앤서니 볼턴 피델리티 국제투자부문 대표(59 · 사진)가 중국에 '올인'을 선언했다. 20년 운용수익률 1만4820%의 기록을 갖고 있는 그는 최근 2년간의 휴식을 마치고 투자업무에 복귀하면서 타깃을 중국으로 정했다. 그의 일성은 "경제의 중심이 서양에서 동양으로 돌아섰다"는 것.볼턴 대표는 사무실을 조만간 홍콩으로 옮긴 뒤 사모펀드를 조성,중국 기업에 대한 본격적인 투자에 나설 예정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27일 볼턴이 내년 1분기부터 투자를 시작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볼턴은 세계 최고의 투자가로 추앙받고 있는 워런 버핏처럼 가치투자의 신봉자다. 기업 내재가치에 비해 싸다고 생각되는 주식을 사서 장기 보유해 높은 수익을 올리는 게 특기다. 그가 1979년 설립해 20년간 운용한 '피델리티 스페셜시추에이션펀드'는 1만4820%의 수익률을 올린 것으로 유명하다. 2007년 이후 직접적인 투자 업무에서 손을 떼고 회사 관리에 주력했던 그는 중국이란 특정 지역을 '찍어서' 투자전담 업무 복귀를 자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볼턴 대표는 "유럽과 미국은 금융위기에서 벗어나려 노력하고 있지만 수렁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할 것"이라며 "앞으로 중국 기업들의 이익은 서방 기업들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 "투자에 집중하면서 중국의 성장을 함께 즐기고 싶다"고 전했다.

물론 일각에선 볼턴의 '중국 올인'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그가 복잡한 중국의 산업구조 등에 대해 깊이 연구할 시간이 없었고 정책 리스크가 큰 중국의 환경에 익숙하지 않다는 점 때문이다. 이에 대해 볼턴 대표는 "지난 5년간 중국을 수시로 찾았고 많은 기업을 방문했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그는 "펀드의 투자 대상은 민영기업이 아니라 국영기업이 될 것이며 특히 독점적 지위를 가지고 있는 회사들에 관심이 많다"고 덧붙였다.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볼턴 외에도 HSBC은행의 마이클 게이건 최고경영자(CEO)가 내년 2월 사무실을 런던에서 홍콩으로 옮기기로 하는 등 세계 주요 금융사들이 중국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게이건 CEO는 런던의 헤드쿼터를 통째로 옮기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신문은 중국은 투자가들에겐 가장 매력적인 시장으로 부상한 상태라며 버핏이 중국 전기차 및 배터리업체인 BYD에 투자해 고수익을 올리는 등 세계 자산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대부들이 중국 기업 사냥에 나설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