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을 사들이는 투자자들이 늘면서 미국에서 금을 보관할 금고 부족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 올 들어 금값이 32% 급등한 가운데 많은 투자자들이 금괴와 금화 매입에 나서면서 이를 보관할 금고 부족 문제가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올해 금 현물 수요는 지난해보다 21% 증가한 5230만온스(약 1620t)로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약 610억달러에 해당하는 규모다.

HSBC는 뉴욕 맨해튼 빌딩의 지하금고에 저장 중인 420만온스 금 가운데 소규모 투자자들의 금을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고육지책을 내놨다. 금고가 꽉 차버린 상황에서 큰 이익이 나지 않는 소규모 투자자들의 금을 빼서 확보한 공간에 기관투자가들의 금을 유치해 더 큰 이익을 내겠다는 계산이다. HSBC는 7월 고객에게 발송한 서한에서 "금고에 보관된 귀금속들을 치우지 않으면 주소지로 발송하겠다"며 뉴욕 브루클린의 브링크스라는 운송업체를 추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최근 뉴욕 맨해튼에선 중무장한 트럭이 금을 싣고 이를 경호하는 차량과 함께 이동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다. 텍사스주의 퇴직연금신탁인 골드스타 트러스트도 지난 7월 HSBC로부터 금화 저장을 중지해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지난 15년간 금 자산을 HSBC 금고에 보관해왔던 골드스타는 이를 델라웨어주의 다른 금고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골드스타의 데이비드 노리스 부회장은 "금 수송 작업은 마치 군사작전을 방불케 한다"고 말했다.

24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금 선물가격은 1.10달러(0.1%) 오른 온스당 1165.80달러로 마감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