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률 1% 늘면 자살률 1.3% 증가

경기침체의 여파로 미국의 자살률이 높아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자체 분석을 통해 23일 보도했다.

신문은 미국 50개주 가운데 2008년 자살 관련 통계가 나온 19개주의 기록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미국 인구의 총 40%를 차지하고 있는 이들 주에서 지난해 총 1만5천335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 전년 대비 2.3%의 증가를 보였다고 전했다.

특히 인구가 많고 경제활동이 활발한 주들의 자살률이 늘어 플로리다는 6%가 증가했고, 노스캐롤라이나는 7.8%, 아이오와는 13%가 넘는 증가세를 보였다.

뉴욕이나 캘리포니아는 분석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또 미 연방질병통제예방센터의 자료에 따르면 2007년 미국의 자살자 수는 3만3천185명으로 직전 3년 평균인 3만2천800명 보다 늘어났다.

아직 2008년의 공식 자료는 나오지 않았지만 더 늘어났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자살률 증가의 정확한 이유는 아직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실업이 높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자살 하는 사람이 늘어난다고 신문은 전했다.

실제로 올해 4월 폰지 사기에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던 뉴욕의 한 변호사가 아내와 두딸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우도 있었고, 메이도프 사건으로 15억 달러를 잃은 투자회사의 창업자가 자살한 것이나 모기지 업체인 프레디맥의 금융담당자가 회계 관련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자살한 것 등 최근 금융위기 관련 자살은 헤아리기 어렵다.

전미자살방지생명선에 걸려온 전화는 올해 약 63만 통에 달해 지난해 보다 무려 15%나 늘어났다고 한다.

자살은 실업과도 깊은 관련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스캐롤라이나대학의 크리스토퍼 럼 교수는 경기침체가 건강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한 논문에서 실업률이 1% 높아지면 자살률은 1.3%가 올라간다고 지적했다.

현 금융위기와 마찬가지로 증시 폭락 등 위기의 실체는 금세 다가오지만 실업률은 한 두해가 지나면서 더 높아지게 돼 경기침체가 자살로 이어지는 현상은 점증적으로 나타난다고 럼 교수는 분석했다.

실제로 대공황이 닥친 1929년 신문 만화에 증시 폭락으로 창문에서 뛰어내리는 사람의 모습이 실릴 정도로 위기가 닥쳐 왔지만, 당시 자살률은 1만명당 15.3명이었고, 그 다음해에는 17명, 그리고 1932년에는 18.6명으로 증가했다.

현재 미국의 자살률은 2007년에 1만명당 10.8명 수준이다.

지난 9월 미 연방 정신건강서비스국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 가운데 830만명이 심각하게 자살을 생각해 봤고, 전체 미국 성인인구의 0.5%인 110만명이 실제 자살을 시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방지협회의 폴라 클레이튼 의료국장은 "자살하는 사람들의 90%는 정신질환을 갖고 있고 힘든 경제적 상황이 자살의 모든 동기라고 볼 수는 없다"면서 "그러나 불황은 이들의 질환을 악화시키면서 실제 행동으로 이끌 수 있다"고 말했다.

(뉴욕연합뉴스) 김현재 특파원 kn020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