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매매업은 자동차와 관계된 기업이라면 누구나 눈독 들이는 사업이다. 현대 · 기아자동차를 비롯 삼성,코오롱 등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한번쯤은 이 바닥에 발을 디뎠다.

하지만 결과는 판판이 실패였다. 존재하긴 해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유명무실해졌다. SK엔카를 통해 중고차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SK그룹이 주목받는 이유다. 박성철 SK엔카 사장은 "중고차 사업만큼 사람에 대한 투자가 중요한 업(業)도 드물다"며 "물건 찍어내듯이 운영할 수 있다는 제조업적인 관념으론 접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SK엔카는 '클릭&모르타르'라는 이름으로 SK에너지의 사내 벤처로 출발했다. 박 사장이 당시 중고차 사업에 관한 사업계획서를 내고,TFT팀을 발족시킨 것이 1999년 12월이다. 올해로 꼭 10년을 맞았다. 이 기간에 SK엔카는 국내 중고차 사업의 풍토를 완전히 바꿔놨다.

"요즘 중고차 시장에 진단,보증제가 많이 도입됐죠? SK엔카가 효시입니다. 정부도 우리 것을 보고 성능 진단제라는 것을 도입했어요. " 중고차 매매업을 유망 창업 직종으로 바꿔 놓은 것도 SK엔카의 공이 크다. 누구나 차를 사고 팔 수 있는 온라인 장터라는 개념을 중고차 시장에 도입,다양한 청년 사업자들을 만들어 냈다.

박 사장은 "몇 년 전만 해도 중고차 매매업자라고 하면 건달을 떠올리곤 했다"면서 "요즘엔 전문대졸 이상의 어엿한 젊은이들이 매매업자로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몰(mall) 형태의 중고차 건물은 SK엔카에서 비롯됐다.

사업 초기엔 SK엔카도 상당한 곤경에 처했다. 기존 영세 사업자들의 반발이 심했다. "협박 전화는 기본이고,국회 앞에서 7000여 명이 모여 시위까지 벌였습니다. 당신들의 영역을 침범하는 게 아니라 시장을 넓히게 될 것이라고 설득했습니다. 뒤돌아보면 덕분에 SK엔카라는 이름이 덩달아 알려졌어요. "

SK그룹과 달리 다른 대기업들은 이 같은 시련들을 참아내지 못했다. 삼성그룹이 'e삼성'을 통해 디어오토라는 중고차 매장을 냈다가 실패하고,수입차 시장의 강자인 코오롱 역시 오토큐브라는 중고차 브랜드를 내놨지만 유명무실해졌다.

'대기업이 영세 사업자의 영역까지 침범한다'는 비판을 견디지 못했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현대자동차조차 사내 벤처에서 출발한 조그만 기업 형태로 중고차 온라인 매매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정도다.

SK그룹은 SK엔카뿐만 아니라 스피드메이트(SK네트웍스)를 통해 중고차 매매 사업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SK엔카의 작년 매출은 2460억원,직접 판매한 중고차 대수는 3만2000대에 달한다. 온라인 장터에 가입한 회원 수는 145만명이다.

"한국의 중고차 매매 시장은 월드 베스트 수준입니다. 가격면에선 완전 경쟁에 가까워요. SK엔카만 해도 전담 직원 8명이 업데이트되는 모든 차량에 대한 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정상 범위에서 벗어난 가격이 올라오면 경고와 퇴출조치를 하고 있습니다. "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